'혼이 비정상' 언급도 국정화 정당성 강조한 발언

최순실씨가 정부 각 부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줄줄이 터져 나와 박근혜 정부의 최대 역점 과제 중 하나였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정교과서 내용은 다음달 28일 공개될 예정이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최순실 게이트'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탓에 최씨와 국정교과서를 연결짓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린게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계획대로 진행해 온 국정교과서 추진 일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31일 "국정교과서는 예정대로 한다, 안 한다고 말할 것이 못 된다.

당연히 당초 일정대로 간다"며 "오히려 발표 일정을 조정하거나 하면 더 이상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준식 부총리도 이날 오전 내부 직원들의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정교과서는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해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예정대로 다음달 28일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현장 검토본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e-북 형태로 공개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후 12월까지 의견 수렴한 내용을 토대로 현장 검토본을 수정, 보완한 뒤 내년 1월 결재본 심의를 최종 마무리하고 내년 3월 새 학기부터 중·고교에 배포할 예정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다면 중·고교 새 역사교과서는 2018년부터 현장에 적용되는 것이 맞지만 교육부는 교육과정을 고시하면서 '단, 중학교 역사 및 고교 한국사는 2017년 3월부터 적용한다'는 단서를 달아 일정을 1년 앞당겼다.

더구나 현재 진행중인 교과서 개발 일정대로라면 현장 검토본 공개 후 불과 한 달 여만에 수정 작업을 거쳐 결재본 심의를 마쳐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어서 교육부로서는 예정된 발표 날짜 등을 조정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최씨가 정부의 각종 정책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 정부가 고수해온 '올바른 역사교육'이라는 국정교과서 추진의 정당성이 크게 상실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순실 게이트 파문 속에서 재조명된 박 대통령의 '어록' 중 하나인 '혼이 비정상'이라는 언급도 국정교과서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교육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15년 11월10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싸고 각계의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비상 상황에서 교육부가 국정 교과서 추진 일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막상 다음달 28일 교과서 내용이 공개돼 국민들이 직접 그 내용을 확인하게 되면 오히려 논란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