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전자상거래가 1990년대 후반 출현했을 때 세상을 온통 바꿔 놓을 것 같은 기대에 많은 사람이 휩싸였지만 실제 전자상거래의 수익은 실망스러웠고 많은 기성학자는 기존 경영방식, 경제원칙을 지킬 것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와 이를 지원하는 새로운 정보기술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함께 발전해왔고, 우리는 기존 경영 방식이 깨지는 많은 현상을 목격했다. 일례로 이런 현상을 분석하는 데 기존 경제학의 생산비용이론을 대신해 거래비용이론이 각광받는 것과 같은 변화가 있었다. 이 중에서 몇 가지 중요한 새로운 경영방식, 관련 시각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 롱테일(long tail) 법칙

롱테일 법칙은 기존 마케팅의 법칙인 파레토 법칙에 대비되는 이론이다. 파레토 법칙은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이탈리아 전체 부의 80%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의 이름에서 따왔다. 많은 마케팅 사례에서 상위 20%의 고객이 80%의 매출을 차지한다는 사실과 일치해 마케팅에서 기존 VIP 마케팅 전략을 정당화하는 주요 법칙이다. 하지만 2004년 정보기술(IT) 유명 잡지인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자이던 크리스 앤더슨이 나머지 80%의 전자상거래에서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롱테일 법칙은 전자상거래의 새로운 마케팅 법칙으로 떠올랐다. 이 법칙 존재의 증거로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기업의 경우 나머지 하위 80%의 책에서 매출이 50% 정도 발생해 파레토 법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실증적 사실 등이 발견됐다.

이는 기존의 경우 고객이 볼 수 없던 많은 비인기 도서가 정보기술의 발달로 검색되고, 고객 기호에 맞게 추천됨으로써 가능해진 일이다. 비인기 품목도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고 추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롱테일 법칙은 VIP 고객이나 주요 품목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IT에 의해 모두에게 모든 품목에서 마케팅 활동이 전개돼야 함을 의미한다.

■ 기존 B2B 방식의 B2C화

롱테일 법칙·그로스해킹·옴니채널…관성 깨면 새 수익모델 보인다
중국 알리바바는 기존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과 같은 모습으로 바꿔놨다. 창업자 마윈이 꿈꿨다는 이 B2B 시장은 B2C 시장과 같이 다수 공급자의 공급 가능 물품들이 B2C 카탈로그와 같이 다수 제시되고, 기업 소비자는 거기에서 공급을 원하는 물품을 고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기존 B2B 시장은 대량 거래를 인적 접촉에 의해 수행해왔다. 긴밀한 거래를 통해 안정성을 추구한 면은 좋았지만 다소 거래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성을 지니며 경쟁 면에서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반해 알리바바의 거래는 비효율을 줄이고 편의성을 늘려 기업 간 경쟁을 통해 시장에 의한 효율적 가격에 거래가 실현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때 기존 비효율적인 공급자는 도태의 길을 걷게 된다.

■ 그로스해킹(growth hacking)

가트너그룹은 2017년이 되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광고가 기업들이 가장 많은 광고비용을 쓰는 부문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기존 매체 광고시장 대비 SNS 광고시장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고, 더 효과적으로 고객에게 접근해 저비용으로 최고의 광고 효용을 추구하는 그로스해킹은 ‘창의성, 분석적 사고 및 소셜 매트릭스를 사용하는 기술 스타트업에 의해 개발된 마케팅 기술’로 이 개념의 최초 제안자인 미국의 유명 마케터 션 엘리스에 의해 새로운 마케팅 방법론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례로 유명 벤처기업으로 파일 저장공간을 저장하는 서비스 기업인 ‘드롭박스’(Dropbox)는 신규 사용자가 서비스를 알게 되는 경로가 대부분 ‘친구’라는 점에 착안, 친구 추천으로 드롭박스를 사용하게 되면 두 사람 모두에게 500MB(메가바이트)씩의 무료 공간을 제공하는 추천 프로그램으로 회원 가입률을 60% 증가시켰다.

■ 전자상거래와 기존 상거래 채널 통합(옴니채널)

기존 상거래 입장에서 많은 기업은 전자상거래가 등장했을 때 물류 측면에서만 전자상거래 채널을 활용할 생각을 했다. 기존 마케팅 활동으로 가면 동일 그룹 내 전자상거래 채널마저 경쟁으로 인식할 정도의 폐해가 발생했다. 이와 같은 과거 채널 인식을 멀티채널 모델이라고 한다면, 마케팅 활동에서 통합과 상호적 활용을 도모하는 것이 새로운 옴니채널 모델이다. 오프라인 유통 기업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확인하기만 하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쇼루밍(showrooming)과 같은 기회주의적인 소비자의 행동에 의한 피해는 전자상거래 채널을 경계해야 할 경쟁 상대로 보게 했다. 하지만 이런 기존 관념을 탈피해 이를 역이용하면 일단 오프라인에서 상품에 관심을 두고 있는 고객을 자신의 온라인채널에서 구매하게 하는 방법을 모색하거나, 일단 온라인에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되 오프라인의 장점인 상품 확인과 함께 구매하게 하는 역쇼루밍(reverse-showrooming) 같은 형태의 물품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로 인해 새로운 경제법칙이 출현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필자는 두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기존 지식을 깨라. 기존 기업들의 새로운 발전은 창의적인 사업을 발굴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에서 가능할 것이다. 아마존의 롱테일 마케팅, 알리바바의 인터넷 B2B 비즈니스의 B2C 비즈니스화 등에서 봤듯 기존 기업의 과거 경제법칙과 믿음에 얽매인 불필요한 관행과 가정을 깨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창의적 아이디어들은 기업에 새로운 가능성과 시장을 열어줄 것이다.

둘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라. 전자상거래는 기본적으로 기존 기업에 추가된 하나의 공급채널이다. 기존의 가격관리, 촉진관리 정책,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s) 등을 잘 지키되, 스마트태그(RFID), 저전력 블루투스(BLE) 등 신기술에 귀를 기울이고 활용 방안을 모색해 자신의 효율을 높이고자 하는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과거 완전 구분된 또는 경쟁관계로서의 마케팅 채널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위에서 설명한 쇼루밍 같은 채널 시너지의 활용 방안에 대한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전자상거래, 거래비용 줄이고 기업조직 규모 축소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경영대학원 경영정보 전공 교수인 토머스 멀론(Thomas Malone)과 그의 공저자들은 미국 컴퓨터공학, 경영정보 산업 종사자 협회(ACM)의 대표 저널인 ‘Communications of ACM’에 1987년 게재한 그들의 논문 ‘전자거래 시장과 전자위계조직(Electronic Markets and Electronic Hierarchies)’에서 전자상거래가 조직 구조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예견했다. 당시는 전자상거래가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전이었다.

이 논문에서 제기한 중요한 개념이 경제학 ‘거래비용이론’의 자산 특수성(Asset Specificity) 개념이다. 어떤 서비스가 일반적 기능(commodity·제조공정상 일반 제품 제조에서나 필요한 일반적 제조 공정상 기능)이라면 이를 취득해 사용하는 것은 언제든 시장에서 가능한 데 비해 특수한 기능으로 특정 조직에만 필요한 기능이라면 위계조직(hierarchy), 조직 내부로 고용을 통해 흡수하는 것이 거래비용 최소화를 위해 필요하며, 조직의 크기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 기본적 거래비용이론의 내용 중 하나다.

특히 거래에 필요한 통제비용, 거래관계유지비용, 정보비용 등 조정비용(coordination cost)이 여기에서 관건인데, 전자상거래상 정보기술이 조직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조정비용을 상대적으로 많이 줄이게 되고 이 효과로 시장 역할이 커져 일반적인 기업의 조직 규모는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전자상거래의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이 같은 예측의 상당 부분이 현실에 실현된 것을 생각한다면 1987년의 예측의 힘은 놀랍다.

거래비용 이론은 많은 경제학자에 의해 정립됐지만,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올리버 윌리엄슨 버클리대 교수가 그 대표적인 학자다.

유병준 < 서울대 경영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