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소프트웨어 신규 연구·개발 의무 증명 안 돼"

이규태(67) 일광공영 회장과 공모해 공군의 전자전 훈련장비(EWTS) 가격을 부풀린 혐의로 함께 기소된 SK C&C 관계자들이 1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심담 부장판사)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정철길(61) 전 공공·금융사업부문장(현 SK이노베이션 대표)과 공군 준장 출신인 권모(61) 전 상무 등 SK C&C 관계자 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SK C&C가 2009∼2012년 이 회장과 공모해 EWTS를 신규로 연구·개발한다는 명목으로 공급가격을 부풀려 공급대금 9천617만 달러(약 1천101억원)를 빼돌린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SK C&C는 일광공영이 주도한 EWTS 사업에서 유일한 국내 협력업체로, 당시 EWTS 통제·주전산장비(C2)·신호분석장비(SAS)·채점장비(TOSS) 등 소프트웨어를 하청받았다.

검찰은 SK C&C가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한다는 명목으로 납품 단가를 부풀렸다고 봤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SK C&C가 하청받은 소프트웨어를 처음부터 새롭게 연구·개발할 의무가 있었다고 증명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당시 공급계약서 내용에 따르면 상용품을 활용하거나 외국산 핵심부품을 도입해 설계·개발하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 회장도 이날 방위사업비리와 관련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 혐의는 모두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이 회장이 회삿돈 1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일부를 유죄로 보고 총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