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을 이뤘지만 삶의 질(웰빙)과 사회적 측면은 중대한 도전으로 남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가입 20년을 맞은 한국에 던진 메시지다. 경제 외형은 커졌지만 삶의 질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사회 갈등의 완충지대였던 중산층은 옅어지고 있다. 낮은 시민의식도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다.

OECD가 최근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BLI)’에서 한국의 삶의 질은 조사대상 38개국 가운데 28위에 그쳤다. 주거와 소득, 직업, 건강 등을 국가별로 종합한 지표다. 한국은 2012년 24위에서 오히려 후퇴했다.

‘일과 삶의 균형 부문’에서는 터키와 멕시코를 빼면 꼴찌(36위)였다.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50시간 이상인 근로자 비율이 23.1%로 OECD 평균(13%)을 크게 웃돌면서다. 사회통합 정도를 나타내는 공동체 점수는 끝에서 두 번째(37위)였다. 사회관계망이 약해 주변 사람을 믿고 의지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기대수명은 1996년 73.9세에서 2015년 82.2세로 길어졌다. 하지만 자살률은 이 기간 10만명당 15.2명에서 25.8명으로 급등했다. 노인 빈곤율(65세 이상 가운데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비율)은 48.8%(2014년 기준)로 회원국 평균의 약 4배에 달했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지만 노후 대책도 일자리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OECD는 지난 5월 ‘2016년 한국보고서’에서 “한국에서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는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며 “사회적 연계성, 일과 삶의 균형, 건강과 환경의 질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 의식도 갈 길이 멀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부패인식지수는 지난해 55점(100점 만점)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27위에 머물렀다. 고질적인 노사 갈등, 벌어지는 세대 간 인식차 등은 ‘갈등공화국’인 한국의 민낯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