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총리 "고인 희생 헛돼선 안돼"…경찰 보호 방안 강구 주문
경찰청장 "유사범죄 단호 대처…서울청장 "인력·장비 보강할 것"


"평생을 바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온 고인의 헌신과 용기,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폭행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가 사제총에 맞아 숨진 고 김창호(54) 경감 빈소에는 애도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20일 오후 빈소가 차려진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5호실. 이날 오전부터 조문객을 받기 시작한 빈소에는 고인을 기리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영정 속 김 경감은 정복 차림에 다부지지만 사람 좋아보이는 옅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조문객들은 붉어진 눈시울을 연신 훔치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빈소가 있는 지하 1층 복도에 들어서자 마자 김 경감 부인이 큰 슬픔을 누르고 힘겹게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아버지가 소속됐던 강북서 근처에 있는 도봉서에서 의무경찰로 근무중인 아들(22)도 어머니 곁에서 빈소를 지켰다.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어머니를 부축하면서 조문객들에게 일일이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특히 예전에 함께 일한 적이 있었던 동료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수년 전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했다는 한 경찰관은 울먹이며 "나라를 위해 평생 누구보다 성실히 일한 정말 좋은 경찰이었다"고 한 뒤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10년 전 함께 근무했다는 한 여성 경찰은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고, 또 다른 경찰은 "고인의 아들은 내 아들과 딱 1살 차이인데 가슴이 더욱 아프다"라고 말했다.

공무를 수행하던 중 사제총기범의 총탄에 유명을 달리한 김 경감의 마지막 가는 길을 정복을 갖춰 입고서 찾아와 애도하는 동료들이 많았다.

경찰서 단위로 단체 조문을 하기도 했고 홀로, 또는 두세명씩 짝을 지어 조문하기도했다
김 경감이 소속됐던 강북서의 서장과 직원들도 빈소에 상주하면서 조문객들을 받았다.

빈소가 있는 복도 양 옆은 고인과 예전에 함께 일한적이 있었던 동료들과 국회의원 등이 보낸 화환으로 가득했다.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오후 4시 20분께 빈소를 찾아 "일선 현장 임무에 충실하던 직원이 비명에 가서 애통한 심정"이라며 "더 이상의 경찰관이 이런 희생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이어 "장례는 차질없이 준비해 진행하겠다"면서 "유가족들께서는 보상이 당장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관련 법령에 따라 유가족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5시 50분께 빈소를 방문해 조문록에 '평생을 바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온 고인의 헌신과 용기,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적은 뒤 유가족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를 건넸다.

황 총리는 장례식장을 지키던 김 청장에게 "앞으로 총기 관련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관들에게 방탄조끼 등을 착용하게 하라"며 "고인의 죽음이 헛되어서는 정말 안된다"고 주문했다.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도 조문하고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며 "경찰 출동 과정에서 안전 문제 소홀함이 없도록 최대한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이날 오후 1시 20분께에는 이철성 경찰청장이 이곳을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 청장은 경감 특진 임명장과 옥조근정훈장, 공로장을 수여했고, 이어 고인 아들의 어깨를 수차례 다독이는 등 유족을 위로했다.

이 청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경찰의 날을 바로 앞두고 순직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을 저희는 금할 수 없다"고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경찰 본연의 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모든 역량을 총 집결할 것"이라면서 "이런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인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유사 범죄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박남춘, 표창원, 김영호, 진선미, 김영진, 김정우, 권은희 의원 등 정치인들도 빈소를 찾았다.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s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