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도입을 거부한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이 정부에서 받게 될 ‘금전적 불이익’을 서울시 예산으로 보전해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아 생기는 임금 손실분을 서울시민이 낸 세금으로 메워달라는 주장이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공기업은 총 인건비가 동결돼 임직원이 내년에 임금 인상분을 받을 수 없다.

17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는 이달 초 서울시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는 데 따른 손실분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아 직원들이 입을 봉급 및 복리후생비 등의 손실분을 서울시 예산으로 지원해달라는 얘기다. 서울시가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노조 주장대로 ‘노사 합의’로 결정하겠다고 발표한 뒤 나온 요구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조에서 이런 요청을 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SH공사,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서울시설공단 등 서울시 산하 5개 지방공기업은 지난달 말 성과연봉제 반대 파업을 벌이면서 중단한 내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지난 13일 재개했다.

임단협에선 정부가 요구하는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도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서울시 산하기관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한 상황이어서 이들 기관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시 산하 5개 지방공기업은 내년 총 인건비가 올해와 같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연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는 기관의 내년 인건비를 동결하겠다고 압박했다. 정부가 정한 내년 총 인건비 인상률은 3%가량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메트로 197억원, 서울도시철도공사 156억원 등 서울시 지방공기업 5곳이 500억여원의 임금 인상분을 받지 못한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119개 국가 공공기관과 143개 지방공기업 중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곳은 서울시 산하 5개 지방공기업뿐이다.

서울시는 노조 요구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현행 지방공기업법상 시 예산으로 산하기관 노조에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울시가 사업비 명목으로 노조에 예산을 지원한 뒤 이를 인건비로 돌리는 이른바 ‘전용(轉用)’도 현행법상 금지돼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노조 요구를 들어줄 마땅한 방법이 없다”면서도 “시 안팎에서 노조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산하기관에 사업비를 우회 지원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자부는 서울시가 노조에 성과연봉제 미도입에 따른 손실분을 지원하면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매년 많은 세금이 들어가는 서울지하철이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않으면 국민이 용납하겠느냐”며 “성과연봉제는 연내 반드시 도입해야 할 법적 의무”라고 지적했다.

강경민/백승현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