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엔총장 인수팀장에 한국인 여성
내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신임 유엔 사무총장의 인수팀장에 강경화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보(사진)가 선임됐다고 주유엔한국대표부가 16일 밝혔다. 한국 여성으로는 유엔 내 역대 최고위직이다.

강 사무차장보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신임 사무총장 취임에 앞서 유엔사무 인수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 OCHA는 세계 재단을 지원하는 유엔 산하 기구로, 그는 2013년 3월부터 이곳에서 일해왔다.

강 사무차장보는 비외무고시 출신임에도 외교부와 유엔에서 ‘한국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이어가며 국제문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화여고,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대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의장 국제비서관, 세종대 조교수를 거쳐 1999년 외교통상부 장관보좌관으로 특채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통역사로 활약하기도 했다. 2005년 국제기구 국장으로 임명되면서 외교부 내 두 번째 여성 국장 기록을 세웠다.

이후 유엔으로 자리를 옮겨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부판무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를 맡았다. 구테흐스 신임 총장이 2005~2015년 유엔 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로 활동하던 기간에 업무교류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사무차장보는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과 유엔난민기구는 업무상 긴밀한 관계”라며 “OCHA에서 조정 업무를 하다 보니 구테흐스 당선인과 알게 됐고 소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반기문 총장 밑에서 활동한 게 밑거름이 돼 인수팀장까지 맡게 됐다”며 “기대에 부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반 사무총장이 추진한 성과를 인계받아 신임 총장의 중점 업무를 구상하고, 총장 비서실 조정업무를 한다.

강 사무차장보는 “이달 말 유엔 업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려고 귀국 준비를 하던 중 구테흐스 당선인의 전화를 받았다”며 “전혀 뜻밖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한국 여성이 여러 가지 다른 이름(직책)을 갖고 나오기를 바란다”며 “내가 또 화제가 돼서 미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