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철 초대 하나은행장 별세
50여년간 ‘금융 외길’을 걸어온 한국 금융계의 산증인 윤병철 하나은행 초대 회장이 79세를 일기로 지난 14일 별세했다.

고인은 1937년 경남 거제에서 출생해 거제 하청고와 부산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60년 농업은행(현 농협)에서 금융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1962년 한국경제인협회(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거쳐 1965년 국내 최초의 민간 주도 금융회사인 한국개발금융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1980년부터 3년간 한국장기신용은행에서 상무를 지내다 1982년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전무를 거쳐 1985년 한국투자금융 회장에 올랐다.

한국투자금융은 1990년 ‘금융기관의 합병과 전환에 관한 법률’ 제정을 계기로 은행 전환 작업이 이뤄졌고, 고인은 1991년 하나은행 출범과 함께 은행장을 맡았다. 두 차례 하나은행장 연임에 성공한 뒤 1997년부터 하나은행 회장을 맡아 2001년까지 하나금융을 이끌었다. 현재 KEB하나은행이 쓰는 사람 모양 로고도 고인이 채택했다.

고인은 단자회사인 한국투자금융을 하나은행(현 KEB하나은행)으로 전환해 국내 4대 시중은행으로 성장시키는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1년에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맡아 3년 만에 우리금융지주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시키기도 했다.

30년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있으면서 대통령표창(1996년), 한국경영인대상(1997년), 참경영자상(2003년) 등을 받았다. 2004년 우리금융지주 초대 회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금융과 재무 전문가를 키우는 한국자산관리사(FP)협회장을 맡아왔다. 고인은 “경영 자원 중에서 사람이 으뜸”이라며 인적 자본을 항상 강조했다.

고인은 예술에도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 있었다. 발레에 깊은 관심을 보여 ‘춤추는 은행장’으로 불렸다. 1993년부터 2001년까지 국립발레단 후원회장을 지냈다. 서양화 등 그림에도 조예가 깊었다.

저서로 1996년 《하나가 없으면 둘도 없다》와 2001년 《금융 빅뱅과 파이낸셜 플래너》, 2014년 금융인생의 역정을 담은 회고록 《금융은 사람이다》 등을 남겼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정희 씨와 재영·혜원·혜경·혜준씨 등 1남 3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 발인은 18일 오전 9시.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