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직무관련성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다.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은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김영란법의 재판 기준이 무엇이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김영란법 내용 성질상 명쾌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이같이 답했다. 고 처장은 “대법원은 김영란법 재판의 기준을 세우는 작업을 남겨놓고 있는데 김영란법이 너무 추상적이라 재판 기준을 마련하는 데 고충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대법원은 김영란법의 행위 기준 및 규범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에서 답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은 지난달 27일 ‘청탁금지법 Q&A’를 내부적으로 배포했다. 판사와 변호사 사이에 항상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국민권익위원회 해석과 달리 법원은 둘 사이에 특수한 친분 관계가 있는지와 금품을 받은 이유, 시기 등 모든 사정을 따져서 직무관련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고 처장은 “이 자료가 재판 기준은 아니다”며 “과태료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오면 재판의 결론은 또 다를 듯하다”고 설명했다.

권익위의 직무관련성 해석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권익위는 예산 편성 기간에 각 부처 예산 담당자가 직접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 예산 담당자에게는 음식을 대접하지 못하도록 했다. 예산 편성 기간이 아닐 때는 ‘직접적인’ 직무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3만원 이하의 음식 대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교사도 성적평가나 수행평가 기간에만 음식 대접 또는 선물 제공을 금지해야 하지만 권익위는 원천적으로 금지했다. 형평성 차원에서 성적평가나 수행평가 제도가 없는 유치원, 어린이집 선생님에 대해서도 식사나 선물 제공을 원천 금지했다.

염동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직무관련성에 대해 법조계 내에서도 논란이 분분해 현재로서는 뇌물죄에 대한 판례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유형별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등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인선/정태웅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