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 "타이어 펑크"…생존자 "졸음 등 부주의 같다" 반박
"승객 탈출 도왔다" 주장에도 "안내 못 들었다" 다른 목소리

관광버스 화재로 승객 10명이 숨지는 참사와 관련해 사고 원인을 두고 버스 운전기사와 승객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운전기사 이모(49)씨는 사고 직후 경찰에서 "오른쪽 앞 타이어가 터져 콘크리트 방호벽을 들이받은 뒤 불이 났다"면서 "졸음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사고 생존자들은 그러나 다른 원인을 제시한다.

한 승객은 "과속하던 버스가 갑자기 차선을 바꾸면서 콘크리트 방호벽을 들이받았고, 그 상태로 100∼200m를 달렸다"면서 "졸음운전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다른 승객도 "타이어가 펑크났다는 느낌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CCTV에 찍힌 영상을 보면 비상등을 켜고 1차로를 달리던 사고 버스는 갑자기 2차로로 진로를 바꾼다.

앞뒤로 달리던 버스들 사이로 끼어든 버스는 제대로 진로를 찾지 못하고 오른쪽 콘크리트 방호벽을 들이받는다.

방호벽을 2∼3차례 충격하며 200m가량 질주한 버스 뒷부분에서 갑자기 화염이 치솟는다.

운전기사가 구호활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서로 말이 다르다.

이씨는 "운전석 옆 소화기를 들고 뿌렸는데 불이 꺼지지 않았고, 창문 유리를 깨고 승객을 구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반면에 한 승객들은 "사고 후 '비상탈출용 망치가 어디 있느냐'고 소리쳤는데, 안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 진술에 따라 타이어 마모 등 버스 결함이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하는 동시에 졸음운전이나 운전 부주의 등의 가능성도 확인하고 있다.

사고 원인 규명과 관계없이 경찰은 이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에 이씨의 관리 책임과 과실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씨의 구체적인 혐의를 추가 확인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hk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