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명회원권 인기끌다 중단해 수백억 피해 우려…"법 시행으로 어려워졌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직격탄'을 맞아 고객이 급감하자 갑자기 운영을 중단해 피해자를 양산한 골프회원권 거래소를 상대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S회원권거래소 대표 김모(45)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김씨는 2014년 4월 회원권 거래소를 운영하면서 선불로 가입비를 내면 그린피를 대납해주는 선불 상품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상품 가격은 2천만∼5천만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이를테면 3천300만원 짜리 주말권을 끊으면 이 업체를 통해 예약해 3년 동안 주말에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특히 무기명회원권이어서 접대골프를 치는 기업인들이나 개인 사업자들에게 '인기 만점'이었으며, 법인 고객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달 3일 직원과 회원들에게 업무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잠적했다.

운영 2년 반 남짓 된 시점이자 청탁금지법 시행 5일 만이었다.

수천만원에 이르는 돈을 냈지만, 골프장을 더는 사용하지 못하게 된 피해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김씨가 잠적한 이튿날인 이달 4일 고소장을 내기 시작해 10일까지 총 65명이 고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 금액은 13억원 가량이다.

하지만 회원 수가 수천명에 달하고, 회사가 회원 가입비 500억원을 모았다고 홈페이지에 공고한 적도 있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피해자 수와 피해 금액이 커 김씨를 출국금지하고, 8일 소환 조사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부러 돈을 가로채려던 것이 아니며 사업 악화로 운영이 힘든 상황이라 피해가 더 커질 것 같아 사업을 중단한 것"이라면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사업 악화의 이유로 청탁금지법 시행을 들며 "법 시행 전에 골프를 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회사의 지출이 너무 컸고 법 시행 후에는 골프를 치려는 사람들이 뚝 끊겨 더 어려워졌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회사에서 자료를 확보해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재작년 4월부터 현재까지의 금전 거래와 골프장 예약 내역 등을 분석 중이다.

경찰은 자료 분석이 끝나면 사기 혐의 성립 여부를 판단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s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