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개선 아이디어를 안전 건의함에 넣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개선 아이디어를 안전 건의함에 넣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중대 산업재해를 겪은 울산지역 기업들이 안전보건 분야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시설 투자뿐만 아니라 안전부서 조직과 인원을 확충하고 안전을 지키지 않으면 강력하게 제재하는 등 안전 경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000여억원을 들여 안전시설 투자 확대와 안전 리더십 강화, 상생과 협력의 안전문화 구축 등에 나서고 있다고 11일 발표했다. 회사는 안전 리더십 강화를 위해 경영지원본부 안전부문을 안전경영실로 격상하고 사장이 운영 책임을 맡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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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진과 사업부 대표, 부서장은 매일 안전점검을 하고 현장 애로를 챙긴다. 이동이나 작업 중 휴대폰과 이어폰 사용 금지, 고소작업 시 안전벨트 착용, 크레인 레일에 무단 주차 금지 등 10여 가지 절대 안전수칙도 정했다. 이를 연간 두 차례 이상 위반하면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하고, 협력사에는 출입을 제한한다.

안전 실천 포상제도도 시행한다. 위험요인을 발굴·조치하거나 위험작업 관리가 우수한 직원에게 5000원짜리 칭찬쿠폰을 지급하고, 회사가 운영하는 시설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7일에는 해양사업부문과 사내 협력회사 임직원 1만2000여명이 참여하는 현대안전포럼을 열었다. 4시간 동안 조업을 중단하고 작업장의 위험요인 제거 방안과 사고 예방대책 등을 논의했다. 회사 관계자는 “안전교육을 위해 가상현실(VR) 시스템을 도입, 중대재해를 체험하는 교육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5년간 안전보건 분야에 총 3000여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안전보건팀을 안전기획팀, 안전1팀, 안전2팀으로 나누고 안전보건실로 격상했다. 전담 임원과 인원은 9명에서 23명으로 늘렸다. 회사는 국제 안전등급평가 시스템(ISRS)과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국제인증(OHSAS 18001) 도입, 전사 공정안전관리(PSM) 등급 향상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은 본사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환경안전실을 신설하고, 울산공장의 안전부서와 인력을 늘렸다. 20년 이상 현장 전문가가 환경안전 전담으로 활동하는 환경안전감독관 제도도 운영한다.

안전의식 향상을 위해 관리감독자(생산부서장)는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의 안전보건 면담점검을 받는다. 면담점검은 관리감독자 70여명과 협력업체 관계자 10여명이 생산현장의 안전의식을 묻는 서면평가와 면담평가, 실습평가 등으로 이뤄진다. 작업허가서 발행 전 작업 금지 등 10대 절대안전수칙을 만들어 3회 이상 위반하는 직원은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고, 협력업체 직원은 영구 출입금지 조치하기로 했다.

회사는 ‘옐로 캡’ 제도를 도입해 입사 1년 미만 사원은 노란색 안전모를 착용하게 하고, 집중교육을 통해 안전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철우 울산노동지청장은 “현장에서 안전수칙만 잘 지켜도 산업재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울산공단에 현장형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