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거론 변호사 2명·로펌…"관계 없는 일" 모두 부인
前총장 1명 "근거없는 의혹 제기시 민·형사 책임 묻겠다"


전직 검찰총장이 자문료 20억원을 받고 기업체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정치권발(發)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은 대검찰청 국정감사 등을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검찰뿐 아니라 법원과 변호사업계에서도 의혹과 관련해 여러 얘기가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의혹의 실체는 적어도 현재로선 불분명하다는 주장 역시 힘을 얻는 중이다.

앞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감사에서 "검찰이 모 회사를 압수수색한 뒤 전직 검찰총장이 수사를 무마해주고 해당 회사에서 자문료 20억 원을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모 회사는 (전직 총장에게) 20억 원의 자문료를 지급했다고 신고했다지만 전직 검찰총장이 속한 로펌은 이를 신고하지 않아 양측이 마찰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연합뉴스에 "자문료 20억원이 4개 로펌 또는 개인 변호사 사무실로 갔는데 그 중 전직 검찰총장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언론에는 해당 회사가 공동으로 사건을 맡기면서 20억원을 지급했는데 사건 수임 당사자 중 하나인 전직 총장과 그가 속한 로펌은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0일 사정 당국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사안에는 자동차 부품업체와 로펌, 외국계 금융회사와 개인 변호사 사무소 등이 등장한다.

의혹과 관련된 인물로 전직 총장 두 명가량이 거론된다.

다만,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보면 의혹 내지 소문과는 사실관계가 어긋나는 상황이다.

A 전 총장이 받는 의혹엔 자동차 부품업체가 등장한다.

업체 경영진이 주가를 띄워놓은 뒤 주식을 팔고 빠지는 소위 '먹튀'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이를 무마하는 과정에 A 전 총장이 몸담은 로펌이 힘을 쓴 게 아니냐는 게 골자다.

먹튀 사건 이후 교체된 업체 새 경영진은 전 경영진이 변호사 비용을 과다지출한 사실을 알게 됐고, 사건을 상의한 특정 로펌과 비용 탈세 문제로 승강이를 벌이던 과정에서 얘기가 흘러나왔다는 소문이다.

이 로펌에는 A 전 총장이 속해 있다.

해당 업체를 들여다봤다는 설이 나온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최근 스폰서로부터 5천만원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형준 부장검사가 지난해 단장을 맡아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로펌은 연합뉴스에 "기록을 찾아봤지만 우리는 그 업체의 형사사건을 맡은 적이 없다"며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A 전 총장도 "(의혹이 제기된) 그런 사건도 없고 저의 일도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B 전 총장의 경우도 비슷하다.

그가 퇴임 후 고문 계약을 맺은 외국계 금융회사 S사가 수사를 받게 되자 사건을 수임해 수사를 무마했고 수임료를 탈세했다는 게 의혹 내용이다.

그러나 그는 해당 회사가 전 직원이 연루된 문제 등으로 수사를 받았으며 자신은 변호인으로 활동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B 전 총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전직 검찰총장이 20억 사건을 수임했고 탈세한 자료가 있다고 모 국회의원이 발언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당시 실무 변호사팀이 있었고, 본인은 검찰 수사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법률고문으로 있는 S사로부터 지난해 4월 6일 법률자문수수료로 2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으며, 이 내용은 정식으로 국세청에 세무 신고를 해 탈세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B 전 총장은 "법률고문 회사로부터 자문료로 받아 정식으로 세무 신고를 했음에도 탈세했다거나 범법행위를 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계속 제기될 경우 민·형사상으로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때 조직의 수장이었던 인사들이 의혹 대상으로 거론되며 검찰 일각에서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치권이 13일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확인이 덜 된 의혹을 제기하며 조직 전체의 명예를 깎아내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검찰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사라지지 않는 배경에 무너진 신뢰가 자리한다고 본다.

검찰은 올해만 '몰래 변론', '뇌물 수수' 등으로 전·현직 검사장과 부장검사를 구속했다.

그러면서 '직급과 관계없이 누구든 비리에 얽혀 있을 수 있다'는 불신이 퍼졌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에서는 그러나 국회의원들도 검찰 조직의 명예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인 만큼 문제제기를 하려면 익명속에 '묻지마'식으로 할게 아니라 실명을 공개하며 책임질 질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커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