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넘어온 후 첫 재판…"사기 의도 없었다"
검찰, '대작' 21점 팔아 1억5천여만원 챙긴 혐의 기소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기소된 가수 겸 화가 조영남(71)씨는 10일 자신은 "사기 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조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오윤경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생리적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사기를 쳤거나 치려고 마음먹은 적이 없어서 마음이 편하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과거) 인터뷰할 때 외국에서는 조수를 수없이 쓰는 게 관례라고 얘기했는데 국내 작가 중에서 그 말을 곡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작가 중에서 조수를 안 쓰고 묵묵히 창작 활동을 하는 화가들에겐 정말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백번 사과드리고 싶고, 일이 이렇게 됐지만 본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조씨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은 작가가 100% 다 그렸다는 걸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 조수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그림 사는 사람에게 일일이 다 고지할 의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림이라는 게 갤러리에서 파는 데, 사는 사람마다 만나서 '내가 일부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고지하는 게 방법적으로도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정치인의 자서전은 대필자가 도와주는데 그걸 소비자에게 다 일일이 고지해야 하느냐"면서 "그림뿐 아니라 모든 예술계에 중요한 선례가 되는 판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 측은 사기 의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미술 분야에서는 상당 부분 조수를 쓰는 게 많다"며 "이게 범죄가 된다고 피고인이 알 수 있었겠느냐, 처음부터 사기·기망의 고의가 있었겠느냐"라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일부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검찰은 피고인이 경미하게 덧칠을 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며 "과연 몇 %를 피고인이 그렸고 조수가 그렸는지 검찰이 입증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채택에 조씨 측이 모두 동의함에 따라 별도의 증인신문 없이 기록만으로 사안을 심리하기로 했다.

조 씨는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월 중순까지 송모(61) 씨 등 대작 화가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뒤 가벼운 덧칠 작업을 거쳐 17명에게 21점을 팔아 1억5천3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 6월 기소됐다.

조 씨의 매니저 장모(45)씨도 대작 범행에 가담해 3명에게 대작 그림 5점을 팔아 2천680여만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애초 조씨는 춘천지검 속초지청에서 기소돼 속초지원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조씨가 거주지 등을 이유로 서울에서 재판받게 해달라고 요청해 재판 관할권이 서울중앙지법으로 넘어왔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