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는 김영란법이 정한 경조사에 해당 안 돼…5만원 이하 선물만 가능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사는 주부 이모(34)씨는 다음 달에 공무원인 친구가 아기 돌잔치를 하는 데 5만원이 넘지 않는 유아 의류를 선물하기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돌반지나 아기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 사용하라며 현금을 건네고 싶지만, 친구가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다.

지난달 시행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100만원 이하의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하면 2∼5배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할 경우 음식물은 3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선물은 5만원 범위 안에서 예외가 적용된다.

그런데 돌잔치는 김영란법이 정한 경조사(결혼·장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국민권익위원회 해석이다.

이씨가 5만원 범위에서 옷 선물을 하기로 한 배경이다.

최근 충북도교육청의 한 부서 직원들은 동료의 아이 돌잔치 때 비싼 돌반지 대신 각자 5만원 이하의 선물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금속 업계는 김영란법이 반가울 리 없다.

돌반지만 하더라도 출산율 저하, 금값 상승으로 줄었던 수요가 더 떨어지게 됐다며 울상이다.

금은방들은 최근 금시세가 내림세로 돌아선 데다 결혼 성수기, 인사철 등 계절적 특성으로 금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한국금거래소의 금시세에 따르면 순금 1돈(3.75g)당 시세는 지난 7월 6일 20만5천500원에서 지난 7일 18만1천500원으로 약 12% 하락했다.

그러나 매출은 신통치 않았고, 돌반지는 거의 팔리지 않았다는 게 금은방 주인들의 말이다.

청주시 상당구에서 지난 30년간 금은방을 운영해온 김모(59)씨는 "김영란법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지난해 이맘때보다 돌반지를 찾는 사람은 확연히 줄었다"고 전했다.

돌 선물로 자주 찾는 1돈짜리 금반지 가격은 18만∼22만원, 반 돈은 10∼12만원 선이다.

1년 전만 해도 인근 관공서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돌반지를 선물하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올여름부터는 돌반지 구매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흥덕구 가경동에서 20년 동안 귀금속 판매점을 운영해온 임모(50·여)씨 사정도 비슷하다.

임씨는 "김영란법 시행 전인 9월에는 일주일에 7∼8개 정도 돌반지 주문이 들어왔지만, 10월 들어서는 1개도 팔지 못했다"며 "가까운 친척끼리도 잘 안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공무원인 친지에게 돌반지를 선물해도 괜찮으냐는 내용 등의 문의 전화만 가끔 받는다고 했다.

금은방들은 돌반지뿐만 아니라 결혼 예물, 커플링, 기념품 등 귀금속 소비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을 극도로 우려하는 표정이다.

흥덕구 강서동의 주얼리 판매점 업주 소모(54·여)씨는 "10월 들어 14k·18k 목걸이, 귀고리 선물 세트 판매량이 급감했다"면서 "금값은 떨어지는데 찾는 사람이 오히려 더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공직사회나 기업체 등이 바짝 몸을 웅크리면서 귀금속을 재료로 한 기념 골프공이나 기념패, 상패 등 주문도 줄어들 가능성이 우려된다.

한국귀금속중앙회 관계자는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김영란법으로 귀금속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은 있다"면서 "김영란법의 선물 상한 범위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logo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