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모 고교 침수로 학생들 한때 2층으로 대피
도교육청 "향후 재난 때 적절한 판단 하도록 노력"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전날 경남에 강한 비바람이 몰아친 가운데 당일 도내 고등학교 166곳이 수업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일고 있다.

6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고등학교 191곳 가운데 166곳이 전날 태풍에도 수업을 진행했다.

전체의 13%인 25곳만 임시 휴업했다.

정상 수업한 166곳 중 등교 시간을 조정한 학교도 17곳에 불과했다.

태풍의 기세가 눈에 띄게 잦아든 오후 1시께 등교하도록 한 학교도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한창 위력을 발휘하던 오전 9∼10시에 등교하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등교에 나선 학생들이 상당한 불편은 물론이고 안전의 위협마저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일 등교 시간을 오전 9시로 늦춘 양산의 한 고등학교의 경우 한 반에 1∼2명 정도는 태풍 때문에 결국 등교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퍼붓는 비에 학교 본관 1층에까지 물이 들어차 1층에 교실이 있는 2학년 학생들은 2층 특별실로 2시간여 동안 대피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오전 11시께는 이 학교 운동장 전체 면적에 승용차를 거의 다 뒤덮을 정도의 높이까지 물이 찼다.

학생들은 교실에 발이 묶인 채 불안과 공포심에 떨었고, 학교에는 학생들의 안전을 묻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 학교 교장은 "판단을 제대로 못 한 것 같아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며 "양산 시내 다른 고등학교도 휴업하는 학교가 없어 등교시켰고, 수업에 지장이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피해가 클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도교육청은 태풍으로 농구대·식수대 캐노피·외벽 패널 파손 등 고등학교 14곳에서 피해가 난 것으로 전날 오후 집계했다.

태풍으로 남해안 권역이 강한 비바람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난 4일 충분히 예보됐는데도 교육 당국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창원시내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양모(2학년) 군은 "특히 (태풍이 심해진) 8시 이후 등교한 애들은 완전히 비에 다 젖어 등교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 이모 양은 "학교에서도 종일 말이 많았다"며 "애들도 학교 오는 게 다 위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시험 기간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생각한 경우도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 정모(45·창원시 의창구) 씨는 "학교까지 걸어서 5∼10분 거리지만 내가 운전을 못하는 데다 택시도 안 잡혀 아들이 학교까지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며 "나가는 순간 우산이 뒤집혔고 뭐가 날라올지도 모르는데 등교해야 한다는 걸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풍 오기 전날부터 이번 태풍이 세다고 예보가 됐지 않았느냐"며 "태풍에 애들 안전이 위험한데 시험 기간 하루 미루는 게 그게 큰 대수냐"고 반문했다.

도교육청 측은 "도내 지역이 워낙 넓다 보니 시·군에 따라 기상 상황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어 일괄적으로 휴업 지침을 내리는 것이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재난 상황 발생 때 적절한 판단을 적기에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날 태풍으로 인한 도내 누적 강수량은 양산 277.5㎜, 창원 219.5㎜, 남해 183㎜, 거제 174.5㎜, 김해 140.5㎜ 등을 기록했다.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k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