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A사무관(5급)이 피감독기관의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보험금 지급이 하루 늦었다는 이유로 154회에 걸쳐 보험사 콜센터에 욕설을 한 ‘블랙 컨슈머’(악성 소비자)도 적발됐다.

경찰청은 지난 한 달간 갑질 횡포를 집중 단속해 1702명(1289건)을 검거했다고 5일 발표했다. 이 가운데 69명을 구속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30대 초반인 A사무관은 지난 4월 피감기관 여직원과 술자리를 한 뒤 만취한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7월 성폭행 신고를 받았고 지난달 말 A사무관을 잡아들였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피의자의 관계가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이라는 점에서 피의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따로 감사 조치를 하진 않았지만 내사 결과 A사무관과 피해 여직원은 업무상 연관성이 없었다”며 “A사무관이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재판 결과를 보고 인사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에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저지른 갑질은 520건(41%)에 달했다. 광주의 한 아파트에 사는 이모씨(53)는 지난달 19일 경비원이 ‘지하주차장에서 큰소리로 통화하지 말아달라’고 제지하자 경비원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이후 이씨는 피우고 있던 담배로 경비원 얼굴을 세 차례 지져 화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나머지 갑질 사건 769건(59%)은 종업원 등을 상대로 폭행이나 욕설을 일삼은 블랙 컨슈머 소행이었다. 휴대폰 매장에서 흡연을 제지하는 종업원을 ‘건방지다’고 욕설을 하며 폭행한 피의자도 있었다.

갑질을 저지른 사람은 무직(23.4%)이 가장 많았고 자영업자(19.7%), 회사원(17.5%), 일용직 근로자(6.6%), 교원(2.9%), 공무원(2.1%), 기업 임원(1.7%), 전문직(0.9%) 순이었다. 블랙 컨슈머는 무직자와 일용직이 40%에 이르렀다. 경찰은 오는 12월9일까지 갑질 횡포를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