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과' 명시·감사 청구 요구 등에 여야 이견 못 좁혀
활동 연장 여부·방식 합의 못한 채 각 당 지도부에 일임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4일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공식 활동을 종료했다.

90일 동안의 특위 활동을 끝내면서 그동안 정리한 결과를 담은 최종보고서를 채택하는 회의였지만, 마지막까지도 보고서의 일부 내용에 대해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미완의 보고서를 내놓는 데 그쳐야 했다.

이날 회의에서 특위는 그간 사태의 경과와 원인 규명,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등을 담은 400여쪽 분량의 최종보고서를 채택하되 문구 정리를 우원식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에게 위임하기로 의결하고 산회했다.

여야 이견이 있는 부분은 최종보고서의 시정 요구사항 부분에서 정부 차원의 사과 요구와 가습기 살균제 '세퓨' 사용자에 대한 정부 대책 마련, SK케미칼에 대한 검찰 수사 촉구, 관련 부처에 대한 감사원 감사 청구 등을 포함할지 여부다.

야당 측은 여야 이견이 있는 이런 항목에 대해 최종보고서에 두 가지 의견을 병기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 측은 미합의된 의견을 모두 기재하면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특위의 공식 활동은 이날로 끝나지만, 최종보고서는 이같은 사항에 대해 여야 간 합의를 거친 다음 나오게 됐다.

이날 해산하게 된 특위가 그동안 벌인 활동에 대한 평가를 놓고는 여야의 시각이 엇갈린다.

위원장을 맡은 더민주 우원식 의원은 특위 활동 종료의 소회로 "진상규명에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피해자 구제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새누리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아무런 성과가 없지 않다.

검찰은 정부를 상대로 수사를 개시하기로 했고 각사는 인도적 차원에서 출연을 약속했으며 각 부처가 재발방지 수습책으로 화학물질 관련 예방대책도 발표를 앞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단 여야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국회 차원의 활동이 계속돼야 한다는데는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이에 새누리당은 환경노동위원회 산하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안을,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은 특위의 형태로 위원회를 재구성하자는 안을 각각 내놨다.

그러나 마지막 날까지 여야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활동 연장 협의를 각 당 지도부의 몫으로 넘겨야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특위 재구성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날 특위를 지켜보던 일부 피해자 가족은 끝내 활동 기한 연장이 되지 않고 종료되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우 위원장은 "책임을 다하지 못해 국정조사를 기다려 온 피해자와 가족에게 위원장으로서 면목이 없다"면서 "특위 연장이나 재구성이 왜 안 된다는 것인지 마감하는 상황에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은 "피해자 가족들이 '만사형통의 특위'를 기대할까 늘 부담감을 가졌다"며 "활동 기한을 한 달 더 연장하더라도 보고서 채택을 갖고 지루한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이 사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룰 상임위로 돌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더민주 박경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위는 진상 규명만 일부 했을 뿐 피해 구제, 피해방지대책 수립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며 "밝혀야 할 진실이 산적해 있는데 여기서 끝내서는 안 된다"며 연장을 촉구했다.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도 "가습기 살균제처럼 어처구니없이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대안마련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음에도 왜 새누리당은 문제를 축소하려 하는가"라고 했고,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도 "가습기살균제에 함유된 독성물질이 생활용품 전반에서 확인되는 마당에 더욱 더 철저한 사실규명이 필요하다"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