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지로 연임 확정된 김용 세계은행 총재
김용 세계은행 총재(57·사진)의 연임이 확정됐다. 김 총재는 내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5년간 더 세계은행을 이끌게 됐다. 세계은행 개혁과 함께 빈국 위생보건 지원사업 등이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은행은 27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고 차기 총재 후보로 단독 출마한 김 총재의 연임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사회는 2030년까지 빈곤을 종식한다는 목표 달성과 개발도상국 소득 하위 40%의 소득수준 증대를 위해 노력한 김 총재의 리더십과 비전을 연임 결정 이유로 들었다.

김 총재는 이날 성명에서 “두 번째 임기에는 민간부문 인프라 투자를 통한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교육·보건·기술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기침체 위험에 맞서 세계 경제를 위한 완충재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 연임에는 미국의 지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은 세계은행 지분의 17%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회원국 185개국 중 10% 이상 지분을 가진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은행 총재를 직접 지명해 왔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추천을 받아 취임한 김 총재는 지난 4월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연임 의사를 밝혔다. 미국 정부는 8월25일 지지의사를 공식적으로 나타냈다. 김 총재는 취임 후 세계은행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관료화된 조직을 슬림화하고 직원에 대한 과도한 복지와 혜택을 줄이는 작업을 추진했다. 업무 영역도 기존 개도국 지원에 그치지 않고 기후 변화와 전염병 퇴치사업 등으로 확대했다. 직원들이 한때 연임 반대 성명을 내고 집단행동에 나섰으나 주요 회원국의 지지 선언 이후 힘을 잃었다.

김 총재는 한국인 아메리칸 드림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치과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의학과 인류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하버드대 의대에서 20년간 교편을 잡았다. 2009년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8개 명문 사립대) 다트머스대 총장, 2012년엔 비(非)백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은행 총재에 취임했다.

세계은행 총재 취임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재의 하버드대 의대 친구이며 중남미와 러시아 등 의료빈국 결핵 퇴치사업 공동 진행자이던 폴 파머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클린턴 전 대통령과 아이티 가난 퇴치 운동을 꾸준히 해오면서 김 총재와 클린턴 부부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김 총재 취임 당시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김 총재를 세계은행 총재에 처음 추천한 사람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하버드대 동창인 오바마 대통령과 여름 휴가지에서 함께 골프를 치는 사이로 알려졌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