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사진=DB)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이 숨진 채 발견됐다.

28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2시 50분쯤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을 담당했던 박모(44) 경위가 자택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에 따르면 박 경위는 전날 밤 동료들와 술을 마시고 귀가해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임시 보관함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박 경위는 지난달 경찰의 강압·부실 수사 의혹으로 광주고법에서 재심이 진행 중인 이른바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으로서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당시 박 경위는 법정에서 경찰의 가혹행위 등을 인정하진 않았지만 “수사 과정 일부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으며 증인출석 이후 “재심이 열려 많이 힘들다. 죽어야 끝나나 보다”라는 말을 주위에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지난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 8분쯤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세)씨가 10차례 이상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으로 당시 전북 익산경찰서는 현장 인근에서 도주하는 범인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다방 커피배달원 최모(당시 15세)군을 체포해 수사했다.

수사 과정에서 최군은 자신이 택시기사 유씨와 말싸움을 하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해 살인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법원의 확정 판결 이후에도 택시기사를 살해한 진범에 대한 첩보가 경찰에 들어오는 등 초동수사가 잘못됐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고 결국 지난 2003년 전북 군산경찰서는 재수사에 나서 진범으로 추정되는 김모(당시 25세)씨와 김씨의 흉기 은폐와 도피를 도왔다는 친구 임모(당시 25세)씨를 긴급체포했다.

이들은 진범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구체적인 사실을 진술하는가 하면, 최씨가 누명을 쓴 사실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자백했지만 구속 영장이 발부되지 않아 그대로 풀려났다. 이후 임씨는 2012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지난 2010년 교도소를 만기 출소한 최 군는 2013년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구타 때문에 허위 자백했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광주고법은 최씨가 불법 체포·감금돼 가혹행위를 당한 점, 확정 판결 이후 새로운 진술이 나온 점 등을 인정해 재심을 결정했다.

곽경민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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