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구급대원 2인 1조로 전 일정 동행 '안전 지킴이'

최근 지진에 따른 불안으로 수학여행을 취소·연기하는 학교가 속출하면서 현역 소방관들이 동행해 안전을 책임지는 '안심수학여행'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인천시교육청과 인천소방본부는 올해 2학기부터 '119와 함께 하는 안심수학여행'을 시범 운영 중이다.

소방본부가 일선 소방서에서 선발한 전문 구조대원 1명과 구급대원 1명이 한 조를 이뤄 학생들과 수학여행 전체 일정을 함께 한다.

이달 들어 인천의 2개 초등학교가 각각 1박 2일 일정으로 구조·구급대원들과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대원들은 출발 전 학교를 방문해 인솔교사와 학생들을 상대로 교통안전, 화재·지진 발생시 행동요령 등에 대한 안전교육을 한다.

또 수학여행지 담당 소방관서에 연락해 숙박시설의 소방검사부를 확인하는 등 철저한 사전 점검을 벌인다.

여행지에서는 숙소와 탑승버스를 점검하고 현장에서 화재 대피 교육과 학생 안전사고 발생 시 긴급구조·응급처치도 책임진다.

지난 22∼23일 공주·부여 일대로 1박2일 수학여행을 다녀온 인천 주안북초 류근성(50) 교감은 "인솔 교사들도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 요령 등 14시간의 기본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지만 실제 긴급상황에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은데 전문가들이동행하니 너무 안심됐다"고 말했다.

류 교감은 "아이들도 근무복을 입은 대원들이 곁에서 든든하게 지켜준다는 생각에 더 즐겁고 의미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각자 소방서의 구조·구급대에 소속돼 소중한 인명을 구하는 격무 속에서도 학생들의 안전 지킴이를 자청한 대원들은 평균 구조·구급 경력 6.6년의 베테랑들이다.

초등 안심수학여행에 동행한 인천 남부소방서 정석환 소방장(35)은 "100명에 가까운 학생의 안전을 돌보는 책임감에 부담도 컸지만 무사히 일정을 마쳤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면서 "똑같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수학여행 동행을 자원했다"고 말했다.

현역 소방관이 학생들과 함께 가는 '안심수학여행'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서울에서 처음 시작돼 올해 인천까지 확산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터널 안에서 시너를 실은 트럭이 폭발했을 때 수학여행에 동행한 서울소방본부 소방관 2명의 활약으로 버스에 타고 있던 초등학생 60여명이 무사히 탈출해 주목을 받았다.

인천교육청과 인천소방본부는 올해 22개 초등학교에 시범 운영하는 안심수학여행을 내년에는 35개 초·중·고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인천교육청 관계자는 "대형 참사와 자연재해로 학부모 불안이 커지면서 소방관들이 동행하는 안심수학여행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교사들도 좋은 반응을 보이는 만큼 사업을 확대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수학여행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학년 전체가 한꺼번에 가는 대규모 수학여행보다 100명 이하 소규모 여행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 학교는 인솔교사 이외에 적정 수의 안전요원을 별도로 배치해야 하는 150명 이상 대규모 수학여행 대신 100명 안팎의 수행여행을 가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s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