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적·불가역적 해결' 전제조건 둘러싼 표현 달라
韓외교부 당국자 "양측 합의내용 인식 차이 없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의 게재 내용에 미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25일 파악됐다.

양국이 당사자 서명이 들어간 정식 합의서를 내는 대신 양국 외교장관의 작년 12월 28일 기자회견 발표를 합의문으로 간주키로 한 가운데,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의 전제 조건에 대한 기술이 양측 외교부 홈피에 서로 다르게 기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실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발언 제1항에는 "일본 정부가 앞서 표명한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함께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고 돼 있다.

이는 윤 장관의 기자회견 발언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글자 그대로라면 "앞서 표명한 조치"는 윤 장관보다 먼저 발언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의 발표 전체에 대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기시다가 자신의 발표 내용 2항에서 거론한 위안부 지원 재단 출연금 제공과 피해자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 사업, 3항에서 거론한 국제사회에서의 상호 비난·비판 자제 등이 모두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의 전제조건에 포함된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반면,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실린 윤 장관의 발언 제1항에는 "일본 정부가 상기(기시다 외무상 발언 중) 제2항에서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이행된다는 전제로"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소개돼 있다.

윤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실제 발언한 "앞서 표명한 조치"를 "상기 제2항에서 표명한 조치"로 대체한 것이다.

일본 홈페이지 내용대로라면 윤 장관은 기시다가 2항에서 표명한 재단 출연금 제공,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 사업 이행만을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거론한 셈이 된다.

즉 기시다 발표의 제3항에서 거론된 '국제사회에서의 상호 비난·비판 자제'는 전제 조건에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

결국 양국 홈페이지상의 발표만 보면 '상호 비판·비난을 자제하는 것'까지를 위안부 문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규정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해석 차이가 생길 여지가 없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한일간에 합의에 대한 이견은 없다"며 한국 외교부 홈페이지 내용과 미세하게 다른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내용에 이견을 달지 않았다.

그는 "합의 내용을 두 장관이 구두로 발표하는 상황에서 1항,2항 등의 표현보다는 "이상 말씀드린 조치", "앞서 표명한 조치" 등의 부드러운 표현을 택한 것이며, 실제 양측이 합의한 내용은 자체는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나온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명한 합의문이 없는 이번 위안부 합의의 특성상 양측 홈페이지에 실린 내용의 미세한 차이가 추후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의 당 소속인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외교부 국정감사(26일)에 앞서 낸 보도자료에서 외교부가 양국 합의의 홈페이지 게재 내용에 존재하는 차이를 시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