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원 확보 없는 아동수당, 신중해야
‘출산율 높이기’가 국가적 화두가 된 지 오래다. 20대 국회에서도 저출산·고령화 대책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출산율 제고에 고심하는 모양이다. 나라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까지 나오는 판이니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금요일 저출산·고령화 대책특위의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아동수당’ 도입을 지지했다. 아동수당은 정부가 아동 양육 및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조하기 위해 가족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프랑스를 비롯해 많은 유럽 국가가 1960년 이전에 아동수당 지급을 시작했고 일본도 1972년부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도 해보자는 주장이 이상하지는 않다.

다만 차분하게 자문할 것이 있다. ‘요즘 한국 젊은이들은 정부가 얼마를 준다고 할 때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할까’라는 질문이다. 주택 문제, 취업난 등으로 젊은이들은 결혼 자체를 고민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결혼이 출산의 전제가 된다. 결혼까지 장려하기엔 부족해 보이는 아동수당이 과연 얼마나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까.

젊은 기혼 부부의 사정을 가정해보자. 출산과 육아에 동원되는 막대한 노동력을 생각하면 대기업 정규직 월급을 준대도 쉽게 마음을 바꿀 수 없는 문제다. 웬만한 금전적인 보상으로 출산에 대한 결정을 바꾸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복지 예산에 아동수당을 더하는 것이 얼마나 시급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다른 차원의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아동수당 도입 전제로 기존 보육비 지원과 가정양육수당을 없애자고 주장한다. 지원 수단을 아동수당으로 단일화하고 지원 액수를 높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아동수당 지급을 명목으로 이미 지원하고 있는 보육비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아동수당 논의 역시 보육비 지원에 아동수당까지 얹어주는 것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이 모든 부담을 나눠지겠다는 국민적 동의가 있다면 해볼 일이다. 국민의당은 6세 아동까지 1인당 월 10만원씩 수당을 지급할 경우 한 해 약 2조52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1회성 예산이 아닌 아동수당을 재원 확보도 없이 덜컥 실행했다간 누리과정처럼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뿐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