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노조 "7만5천명" vs 정부 "1만8천∼1만9천명"
노조, 추후 협상 결과 따라 2,3차 파업…은행 "성과연봉제 반드시 도입"·

금융팀 =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와 관치금융 철폐를 요구하며 예고대로 23일 하루 동안 총파업을 했다.

2014년 9월 관치금융 철폐를 내걸고 파업을 한 지 2년 만이다.

하지만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파업 참가율이 15%(정부 발표)로 높지 않았고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등 '빅4' 시중은행 파업 참가율은 2.8%로 낮은 편이었다.

금융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와 관치금융 철폐를 요구하며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총파업 집회에 전체 조합원 10만명 중 7만5천명(75%)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은 1만8천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은행원의 15%다.

고용노동부는 1만9천명으로 파악했다.

은행별 참가율에는 차이가 있었다.

IBK기업은행이 4천명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 3천700명, SC제일 1천800명, KB국민 1천500명, 씨티은행 1천200명, 우리은행 500명 수준이다.

기업은행과 농협은행이 전체 파업자 참가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은행 일선 점포의 영업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금융당국과 은행들도 정상 영업을 위해 퇴직자 투입 등의 대책을 세워뒀다.

다른 은행에 비해 파업 참가율이 높은 기업은행 관계자는 "파업 참가로 점포마다 직원 유출이 있어 평소보다 평균 대기 시간이 다소 길지만 모든 점포가 별 이상없이 영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은행의 서울 을지로 인근 지점을 찾은 자영업자 이 모(47) 씨는 "총파업이라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무사히 거래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은행 지점에서는 입출금, 대출이자 수납 등 단순 업무만 이뤄져 발길을 돌린 고객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도 17개 은행 본점에 검사역 34명을 보내 총파업에 따른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것은 정부가 추진 중인 성과연봉제의 조기 도입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노조는 성과연봉제가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정권이 강요하는 해고 연봉제는 금융노동자들의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이번 파업을 끝내고 난 후 사측과 추가 협상을 벌일 방침이다.

협상 결과에 따라 오는 11월 2차 총파업은 물론 12월 3차 파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은행과 금융당국은 은행의 핵심이익인 순이자마진(NIM) 감소 등 영업 위기 상황에서 은행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성과연봉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현재 은행들은 예대마진의 지속적인 축소로 수익성이 위험수위에 있고,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스타트업의 도전, 업권 칸막이를 벗어난 치열한 경쟁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금융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겠다면서 합법적인 파업의 진행을 촉구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못한다.

총파업이 합법적 범위에서 진행되길 바란다"며 "성과연봉제는 노사관계가 정한 법령과 지침에 따라 적법히 집행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것은 2000년 7월, 2014년 9월에 이어 세 번째다.

각각 관치금융 철폐를 앞세웠으며 2000년에는 6만여명, 2014년에는 3만여명이 참여했다.

(서울=연합뉴스)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