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호남권 인삼재배 농가 고온에 고사·생장부진 피해 심각
온난화 4∼10년 지속되면 남쪽 지역에서는 인삼재배 '불가능'

올해 폭염으로 인삼 농가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기관이 온난화 현상이 계속되면 4∼10년 뒤에는 인삼을 재배할 수 없을 것으로 꼽는 호남과 충북지역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21일 각 지자체와 인삼 관련 업계가 집계한 폭염 피해 현황을 종합하면 전남·북, 충북, 강원 지역의 인삼재배 농가에서 폭염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은 전체 823ha 재배면적 중 절반가량인 423ha의 인삼 재배지에서 2∼3년근 인삼의 잎이 마르거나 뿌리가 고사하는 폭염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북 인삼 농가의 폭염 피해 면적은 1천60ha로 도내 전체 폭염 피해 농작물의 24%를 차지할 정도였다.

충북에서 올해 폭염으로 잎이 고사하는 피해를 본 인삼 재배면적은 253㏊에 달했다.

인삼의 새로운 재배지로 떠오른 강원에서도 홍천 15.2㏊, 횡성 13.1㏊ 등 53.4㏊에서 폭염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삼은 30도 이상 최고기온이 1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고온장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토양이 너무 건조하거나 습기가 많을 때, 그리고 토양염류가 높은 토양에서 주로 일어나는데 고온장해를 받은 잎은 가장자리부터 서서히 마르면서 지상부가 말라 죽는다.

각 지자체는 생장장애를 겪은 인삼 농가에는 농약대를 지원하고, 말라죽어 생육이 불가능한 인삼 농가에는 대파대를 지원하는 등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인삼 폭염피해가 단지 올해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에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나라의 기온은 약 1.5℃ 높아져 상승폭이 전 세계 평균 기온 상승폭 0.7℃보다도 훨씬 높았다.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면 2100년에는 국내 평균 기온은 5.7℃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인삼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추세의 온난화가 지속되면 현재 전 국토 면적 기준 84.1%인 인삼 재배가능지가 불과 4년 뒤인 2020년대에는 75.8%로 줄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됐다.

2030년대부터는 전남, 부산, 경남 등 남부지역 대부분에서 인삼재배가 불가능하고, 충청도와 경기도로 재배불가능 지역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관측됐다.

2090년에는 강원도와 내륙의 산간지 일부 등 전체 국토의 5.1%에서만 인삼을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부지방의 인삼 경작여건 악화에 따라 강원도 내 인삼재배 농가와 재배면적은 2013년 1천648농가·2천701㏊, 2014년 1천748농가·2천743㏊, 2015년 1천963농가·2천832㏊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인삼재배 가능지역 축소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각 지자체는 인삼 농사는 인삼공사나 농협 측에 대부분 관련 농업지도 업무를 일임하고 있다는 이유로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농진청에서만 고온에도 잘 견딜 수 있는 품종을 육성, 고온 대응 재배기술 개발, 재배에 유리한 지역으로 작목 배치 유도 등의 기후변화 대응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인삼과 김영창 농업연구사는 "최근 농진청이 개발한 '음성 11호'는 고온에 견디는 저항성이 강해 올해처럼 폭염이 지속하는 기후에 잘 적응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음성 11호'처럼 평가회를 거쳐 우수성을 인정받은 계통들은 지역 적응시험을 거쳐 품종으로 육성해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정빛나 심규석 김동철 우영식 이강일 지성호 이은중 임보연 박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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