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제주 성당 살인사건 중국인 첫 발견 CCTV관제요원에 감사장

"용의자 인상착의와 너무 똑같아서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어요."

제주의 한 성당에서 기도하던 여성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중국인 첸모(50)씨를 가장 먼저 발견한 제주CCTV통합관제센터 모니터링 요원 이모(48·여)씨는 20일 "CCTV 화질이 굉장히 좋은데, 집중관제하다 보니 용의자와 너무도 똑같은 남성이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지난 17일 오후 3시 51분께. 제주도 내 곳곳에 설치된 수천 대의 폐쇄회로(CC)TV 화면을 살펴보는 제주도 CCTV통합관제센터에서 쾌재가 터져 나왔다.

서귀포시의 한 CCTV 화면에서 길거리를 배회하는 한 남성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이 남성은 이날 오전 8시 45∼48분께 제주시의 모 성당에서 혼자 기도하던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달아난 중국인 첸모(50)씨였다.

첸씨는 범행 직후 황급히 성당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범행현장 주변을 벗어났다.

성당에서 빠져나오는 첸씨의 모습은 고스란히 CCTV에 찍혔다.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 CCTV 영상에서 용의자의 모습을 발견, 인상착의가 담긴 흑백사진을 낮 12시 33분께 제주도 안전관리실 산하 CCTV관제센터로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CCTV관제센터의 활약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낮 12시 40분께 경찰이 CCTV 영상을 검색해 확보한 용의자 사진 6장을 센터 내 전면 화면에 띄우고 본격적으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사진에 나타난 용의자의 특징은 허리에 찬 전대와 흰색 운동화였다.

요원 30명이 두 눈에 불을 켜고 대형 모니터를 뚫어져라 살펴보며 도내 868개소에 설치한 4천360대의 CCTV를 실시간으로 차근차근 살펴봤다.

1인당 약 145대의 모니터를 살펴야 하는 힘든 작업이다.

이씨는 "출근해서 오후 3시 35분에 근무 교대했는데 파견 근무하는 경찰관분이 상해사건 용의자가 도주했으니 인상착의를 보고 집중관제해달라고 전달해줬다"며 "앞쪽 스크린에 용의자 사진 6장을 띄워놓고 계속 비교하면서 모니터링을 하다 보니 인상착의가 똑같은 사람이 있어서 바로 112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첫 발견 순간 놀라면서도 '설마 범인이 사건 현장에서 한라산 넘어 정반대 편 멀리 있는 서귀포시 마을까지 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용의자를 검거한 서귀포시 보목동은 사건 현장에서 가장 빠른 코스로 가더라도 36㎞나 떨어진 곳이다.

그러나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화면 속 남성의 모습은 너무도 똑같았다.

허리에 찬 전대와 흰색 운동화 등 특징적인 부분이 같았다.

인상착의가 다른 부분은 모자를 벗었다는 점 정도였다.

신고한 이후에도 이씨는 현장의 경찰관과 연락을 계속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귀포경찰서 중동지구대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첸씨는 처음 발견된 장소에서 벗어나 좁은 골목길로 들어갔다.

이씨는 현장의 경찰관들에게 첸씨의 이동 경로를 설명했고, 첸씨는 신고 7분 만인 오후 4시 5분께 검거됐다.

첸씨가 도주한 뒤 어디로 갔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CCTV 모니터링만으로 모니터링 3시간여만, 사건 발생 7시간여 만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이씨는 "제가 범인을 찾아냈다는 데 놀랐다.

신속하게 범인을 잡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니 다행이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이날 오후 CCTV 집중 모니터링으로 성당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범인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씨에게 경찰청장 감사장과 포상금을 수여한다.

제주도 CCTV관제센터에는 모니터 요원 120명이 4교대로 근무한다.

경찰도 3명이 3교대로 상주한다.

이들은 각종 사건·사고나 범죄 발생 가능성이 있는 주요 CCTV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제한다.

경찰, 소방 등 관계기관과 연계해 위험 상황이 발생할 때 신속히 조치한다.

CCTV관제센터는 지난해 현행범 검거 19건, 각종 사건·사고 예방 대응 3천970건을 처리해 도민의 생활안전에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ato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