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석균 영남대 총장(왼쪽)과 이남식 현우테크 사장이 기술이전 협약을 맺고 있다. 영남대 제공
노석균 영남대 총장(왼쪽)과 이남식 현우테크 사장이 기술이전 협약을 맺고 있다. 영남대 제공
김성철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올해 초 경남 양산에 있는 현우테크(대표 이남식)에 유착방지막이라는 의료용 소재 제조 기술을 이전했다. 기술이전으로 영남대는 정액기술료 4억원과 제품화 이후 10년 동안 영업이익의 4%를 경상기술료로 받는다. 이 기술은 인체 수술 후 자주 발생하는 장 유착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현우테크는 제품화가 본격화되면 2017년 42억원, 2020년에는 2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김 교수는 “기술료의 상당 부분을 인센티브로 받는 데다 교수 업적 평가에서도 최고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영남대가 올해부터 교수 업적 평가 규정을 바꿔 기술거래액 1000만원당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논문 한 편 기고로 인정해주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영남대, 기술이전 교수 '파격 대우'
영남대는 대학이 보유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 것을 촉진하기 위해 교수 업적 평가에 기술이전 실적을 포함하면서 기술이전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교수나 학교가 가진 기술이 사장되지 않게 하는 것은 물론 시장이 필요로 하는 연구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박진호 영남대 산학협력단장은 “기술거래 1000만원을 SCI 논문 한 편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는 국내 대학에서 최고 대우 수준”이라며 “새로 도입한 교수 업적 평가 방식은 이공계 교수들에게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대 이공계의 한 교수는 “기술거래료가 1억5000만원이면 SCI급 논문 15편을 쓰는 것과 같은데 1년에 SCI급 논문 15편을 쓴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혁신적인 제도 도입으로 영남대의 기술거래 실적은 올 들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영남대의 기술거래 실적은 올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40건, 8억여원의 실적을 올려 지난 한 해 8억9000만원에 근접했다. 올 연말까지 80건에 11억원을 넘길 것으로 대학 측은 전망하고 있다. 차재은 기술이전사업화센터 계장은 “산학협력단이 연구행정관리 중심에서 기술사업화 체제로 바뀌면서 2012년 3억원대에 머물던 기술이전 실적이 급증했다”고 소개했다.

2010년 11월 설립된 영남대 산학협력단 기술이전사업화센터는 2014년부터 센터조직을 강화하고 전문가와의 협력도 활성화했다. 기술이전 전담 및 기술사업화 경력 3년 이상자와 기술거래사 등 전담 인력을 8명으로 늘렸다. BT(생명공학기술)·IT(정보기술)·NT(나노기술)·ET(환경기술) 등 분야별 지원을 담당할 특허사무소 여섯 곳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사업화 전문회사 및 창업보육센터, 중소기업산학협력센터, 기술보증기금, 테크노파크와도 업무를 협조해 학교가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

박 단장은 “창업 기업의 사업이 확장되면서 신규 일자리 창출도 늘고 있다”며 “의료 질병관리, 녹색에너지, 바이오메디컬,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기술이전과 창업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