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작 "신약개발 제약사, 토종 CRO와 손잡고 해외 가야죠"
이영작 한국임상CRO협회장(74·사진)은 국내 의약품 임상시험 산업의 개척자로 꼽힌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2001년 한국에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를 설립했다. 당시 국내에 바이오 창업 열풍이 불면서 신약 등 의약품 개발이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CRO는 의약품을 개발할 때 필수적인 임상시험을 설계하고 관리 및 승인 등을 대행하는 회사다. 미국 퀸타일즈, 영국 앱튜이트 등이 다국적 제약사의 임상시험을 대행해주는 대표적인 CRO업체다. 이 회장은 2년째 한국임상CRO협회를 이끌고 있다.

이 회장은 19일 서울 명동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국내 CRO의 경쟁력이 동시에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량 있는 토종 CRO가 많아지면 신약 개발 비용도 줄어들고 임상시험 과정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신약 개발이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이 이끌고 있는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는 한미약품이 8조원대 기술 수출을 이룬 의약품 임상시험에서 올초 데이터 관리를 담당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인력 기준으로는 한국 CRO 가운데 가장 큰 회사다.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업하는 CRO는 37곳이다. 이 가운데 토종 CRO는 22곳이다. 인력이 30명 이하인 곳이 15곳에 달할 정도로 열악하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는 다국적 제약사의 의약품을 수입하거나 복제약(제네릭)을 주로 제조했기 때문에 임상시험 산업 자체가 클 수 없었다”며 “한미약품 셀트리온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해 의약품을 개발한 회사가 늘어나면서 CRO산업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분업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신약 후보물질 발견에서부터 임상, 허가 및 판매 등이 철저히 분업화되는 게 글로벌 제약업계의 추세”라며 “분야별로 더 체계화되고 전문화된 기업을 통해 비용을 줄이면서도 시너지 효과를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토종 CRO와 협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 CRO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정부가 신약 개발을 지원할 때 미국 임상시험 진입을 우대해주고 있다”며 “초기 임상은 국내 CRO를 통해 한국에서 하고 미국에서 후기 임상을 하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 CRO가 제약사와 함께 노하우를 공유하고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에는 세계적 수준을 갖춘 병원이 다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기준에 맞춘 임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향후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임상시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중견 CRO를 인수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며 “국내 제약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