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전 취업 대학생 '김영란법 주의보'
연세대 국제캠퍼스는 최근 학생들에게 ‘병가·생리결석 등 학칙에 규정된 사항을 제외한 수업 결석을 엄격히 제한한다’고 통보했다. 오는 28일 시행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에 맞춰 문제 될 소지가 있는 부분은 미리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18일로 김영란법 시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학과 병원, 식당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취업시즌을 맞은 학생들은 학기 중 직장을 구하면 취업계를 제출하고 결석해도 학점을 인정받는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연세대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들을 중심으로 ‘김영란법 시행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나종갑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수업을 맡은 외부 겸임교수들도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민권익위원회가 겸임교수는 제외된다고 했지만 법원은 다르게 판단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청탁방지담당관’ 보직을 신설했으며 오는 22일과 26일 교수들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설명회를 연다. 이 대학 관계자는 “외부 강연이나 토론회 등에 나갈 때마다 사전에 서면신고를 해야 하는 것에 불안을 느끼는 교수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졸업 전 취업해 회사에 나가느라 수업을 듣지 못하면 결석 처리될까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각 대학들이 극심한 취업난을 감안해 학기 중 취업한 학생이 담당 교수 등에게 취업계를 내면 수업을 듣지 않아도 성적을 줘 졸업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이런 관행이 ‘부정청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는 물론 법학 교수들의 해석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김모씨(25)는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 마당에 4학년들의 조기 취업 기회마저 차단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진료와 입원, 수술 관련 청탁이 금지되는 대학병원들도 바빠졌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까지 법에 저촉되는지 모호하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하려 한다”며 “‘어떤 사소한 부탁도 받지 말자’고 내부 지침을 정한 병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세종로 등 도심의 고급 식당들은 문을 닫는 곳이 생겨나는 등 요식업계는 김영란법 후폭풍이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유명 한정식집 ‘유정’에 이어 정부서울청사 인근 한식집 ‘두마’도 최근 폐업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고급 일식집은 2만9000원짜리 ‘김영란 정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서울 중구의 한 일식집 관계자는 “업소 규모를 줄이고 종업원을 상당수 내보내도 1인당 식사비 한도인 3만원에 맞추기는 힘들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