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 경주에서 잇따라 발생한 규모 5.1과 5.8의 강진에다 13일 새벽까지 이어진 여진의 영향으로 전국이 밤새 공포에 떨었다.

강력한 지진 공포를 느낀 시민들은 집에 있지 못하고 밤새 집과 밖을 오갔고, 새벽에서야 잠이 들면서도 불안 때문에 잠을 설쳤다.

두 차례 강진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경험한 경주 시민들은 공포가 극에 달했다.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2리 이장 박종헌(61)씨는 "여진이 이어지니까 밤새 집에 갔다가 다시 나왔다가 들어가는 일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내남면 부지2리는 12일 밤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 진앙과 가까운 곳이다.

두 차례 큰 지진이 나자 부지리 마을 주민은 집 밖으로 나와 마을회관이나 차 안에서 대피했다.

일부 주민은 길가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있기도 했다.

큰 지진이 지나가자 일부 주민은 집으로 갔지만, 만만찮은 여진이 이어지자 다시 뛰쳐나와 대피하는 일을 밤새 되풀이했다.

지진 공포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13일 오전 2시께가 돼서야 모두 집으로 갔다.

본진 진앙과 가까운 화곡리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화곡리는 28가구 70여 명의 주민이 산다.

주민은 지진이 나자 황급히 집 밖으로 대피했다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서 귀가했다.

강진에 가재도구가 떨어지고 담장이 무너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경주 시민들은 공터나 운동장에서 밤을 지새웠다.

진도 4.0과 5.0의 지진으로 건물이 심하게 흔들려 1만 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된 부산도 뜬눈으로 밤을 꼬박 새웠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이모(37·여)씨는 "고층 아파트가 덜덜덜 소리를 내며 마구 흔들리는데 아이를 껴안고 지진이 멈출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며 "다시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밤새 뉴스 속보와 대피요령을 찾아봤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43)씨는 "진앙과 수십 ㎞ 떨어져 있어서 그나마 충격이 덜했지만, 규모 5 이상의 강진이 다시 온다면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며 "지진이라는 자연재해에 일상이 덧없어 보이고 가족의 안전만이 중요하게 생각됐다"고 말했다.

밤새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지진피해', '여진', '내진 설계', '지진 대피요령' 등의 단어가 상위권을 차지해 지진에 대한 시민의 불안 심리를 대변했다.

13일 오전 출근길에도 지진이 화두였다.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족과 지인에게 밤새 지진피해가 없었는지를 확인했다.

지하철, 버스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지진 뉴스 속보를 챙겨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179차례가 넘는 여진이 계속되자 다시 강진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와 두려움이 출근길 시민들을 짓눌렀다.

부산 해운대 고층 아파트에 사는 이모(75·여)씨는 "70평생 이렇게 센 지진은 처음 봤다.

밤새 심한 두통과 함께 다시 지진이 발생하면 어쩌나 하는 무서움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바다와 가까운 고층 아파트에 살아서 더 무서웠다"고 말했다.

(손대성 김선호 오수희)


(경주·부산=연합뉴스) osh998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