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줄 정도 지진아냐"…재난 매뉴얼 무시하고도 '태연'

경기도교육청이 전날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 후 기상청이 발송한 '지진피해 대비' 경고 문자를 무시하고 각 학교에 재난재해 상황전파조차 하지 않는 등 재난 대비 매뉴얼을 전혀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안전 담당자는 잘못을 시인하기는 커녕 "경기도까지 피해 줄 정도의 지진이 아니었다"고 재해에 대한 자의적 판단을 강변하기까지 했다.

13일 경기도교육청 '학교재난 실무행동 매뉴얼'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재난재해 발생 시 기상청이 보내는 특보나 정보를 즉각 도내 25개 지역교육청과 학교 안전 담당자에게 보내 신속하게 재난재해 상황을 전파해야 한다.

기상청은 지난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1, 규모 5.8 지진 발생 후 도교육청을 포함해 기상정보 문자수신을 신청한 사람들에게 지진 발생 지점과 규모 등을 안내하는 문자를 보냈다.

특히 마지막 문자에선 '규모 5.8/ 피해대비 바람'이라는 내용을 담아 안전사고 예방을 당부했다.

수도권기상청 관계자는 "평소보다 큰 규모의 지진이었고 수도권에서도 흔들림을 느낄 정도였다"며 "경주나 부산 등 지진이 발생한 지역과 그 인근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 피해가 생길 수 있으므로 예방 차원에서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에선 안전지원국 재난관리 담당자 3명이 이 문자서비스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재해 정보를 학교에 알리거나 대비책을 마련할 것을 안내하지 않았다.

매뉴얼 상 기상정보 전파와 동시에 '피해 예방 조치'를 지시해야 한다는 지침도 어긴 것이다.

기상청 경고 문자와 예방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안전지원국 방재재난관리담당 관계자는 "경기도까지 피해 줄 정도의 지진이 아니었다.

규모 5.1∼5.9 정도의 지진은 발생지역이 아니면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역교육청과 학교에서도 안전 담당자가 기상청 문자를 받는 거로 안다"고 답했다.

도교육청 재난관리 담당자의 안일한 판단과 달리 12일 도내에선 지진의 여파로 주택 벽면에 금이 가거나 사회복지관 유리창이 깨지고 일부 아파트에선 정전이 빚어지는 등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늦은 시간 학교에 남아 야간자율학습을 하던 학생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동국대 이영재 재난학과 교수는 "재난재해시 신속하고 정확한 상황전파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어제와 같은 경우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상황전파에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전지원국은 세월호 참사 교훈으로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취임 직후인 2014년 8월 '안전한 학교를 만들겠다'며 만든 부서다.

안전정책과, 학생안전과, 재난예방과, 안전관리과 총 4개 과, 50여명 규모로 학교 내 안전과 관련된 모든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전국이 흔들릴 정도의 지진이 발생했는데도 '학생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안전지원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건 사실상 안전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young8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