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카페로 몰리는 취준생들
“올해로 3년째입니다. 이번엔 취업할 수 있을까요?”

13일 서울 합정동의 한 타로 카페를 찾은 취업준비생(취준생) 김모씨(28)는 이같이 말했다. 이어 타로 상담가 지시대로 테이블 위에 놓인 타로 카드 78장 중에서 10장을 뽑았다. 이를 분석한 타로 상담가는 “올해 취업운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여러 직종을 기웃거리기보단 한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하반기 공채 시즌에 접어들면서 취업운을 묻기 위해 타로 카페를 찾는 취준생이 늘고 있다. 도심 곳곳에 있는 타로 카페는 신점이나 사주를 보는 점집보다 가격(5000~2만원 수준)도 저렴하고 편안한 분위기여서 취준생 사이에서 인기다. 10여년 경력의 타로 상담가 조민규 씨는 “공채 시즌에는 고객 10명 중 5명 이상이 취업운을 문의한다”며 “공부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찾는 취준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대기업 취업문이 예년보다 더 좁아져 타로 카페 인기가 유독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 하반기 146개 국내 대기업이 채용할 대졸 공채 인원은 9121명으로 지난해(1만107명)보다 9.8% 줄었다.

지난달 서울 한국외국어대에서 열린 ‘글로벌잡페어’ 등 일부 취업박람회에선 취준생을 배려해 타로 운세를 볼 수 있는 부스를 따로 마련하기도 했다. 한 타로 상담가는 “한 달여 전부터 전국 곳곳에서 취업박람회 행사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타로 카드를 배우는 취준생도 있다. 일부 인터넷 취업 커뮤니티에는 ‘서로 힘들 때 위로할 수 있는 타로 스터디원을 모집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온다. 이유진 한국타로학회장은 “1~2년 전부터 지역 문화센터나 백화점에서 열리는 타로 교육과정에 타로를 배우러 오는 20~30대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