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충격으로 담장 기와가 떨어진 경주시 탑동의 한 거리.
지진 충격으로 담장 기와가 떨어진 경주시 탑동의 한 거리.
서울 광진구에 사는 회사원 김수경 씨(32·가명)는 13일 추석 귀성을 포기했다. 전날 경북 경주에서 지진 계측 이후 역대 최대인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자 경북 영천에 사는 부모님이 “고향에 오지 마라”고 적극 말렸다. 김씨는 “여진을 걱정하는 아버님이 진앙에서 차로 30분 거리에서 가족들이 모이는 걸 원치 않으신다”며 “고향에 있는 형제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로 오는 방향으로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경상도 일대로 향하는 귀성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진원지인 경주를 비롯해 대구 포항 등 경상도로 가려던 귀성객 일부는 “위험하니 내려오지 마라”는 부모님의 만류에 고민하고 있다.

고향이 경주인 회사원 김성택 씨(33)는 귀성을 하루 미뤘다. 김씨는 “추석 연휴 전날 미리 차를 가지고 가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하루 더 상황을 지켜보자고 해서 출발을 연기했다”며 “지진으로 고향 집 화장실 타일이 다 깨져 손님 맞을 분위기가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경주에서 30㎞가량 떨어진 포항에 사는 이상희 씨(60) 부부도 역귀성을 하기로 하고 서울역행 입석 기차표를 급하게 샀다. 이씨는 “임신 중인 며느리가 포항에 왔다가 여진에 놀랄까 겁난다”며 “입석이라 몸은 불편하겠지만 우리가 올라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게 된 사람들도 적지 않다. 국민안전처 재난안전실의 김모 사무관은 추석 연휴에 고향인 부산에 가지 못하게 됐다. 경주 지진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긴급 구성되면서 비상 근무조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김 사무관은 “추석 연휴 때 쉬기는커녕 매일 야근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김 사무관처럼 추석 연휴 귀성 계획을 접은 공무원은 안전처에서만 50명이 넘는다. 박인용 안전처 장관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상시 대기할 예정이다. 기상청 지진화산관리국 직원들도 지진 분석이나 혹시 모를 여진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 근무에 들어갔다.

경주 포항 울산 등 진원지에서 가까운 지역 관공서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경주시 관계자는 “여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시청 모든 공무원이 연휴 없이 사태 수습에 나설 예정”이라며 “고향에 가지 못해 아쉽지만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강경민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