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과태료 재판' 고민…검찰 내부단속·로펌 '특수' 기대

잇따른 법조비리로 최근 몸살을 앓는 법조계가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부쩍 분주해졌다.

사소한 위반 사례라도 나올까 노심초사 하는 모양새다.

청탁금지법은 법을 어긴 사람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법원 선고를 통해 그 액수를 결정하도록 했다.

부과기관으로 지정된 법원은 관련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제3자를 통해 또는 제3자를 위해 공직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자, 1회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은 공직자 등에게는 약식재판을 거쳐 500만∼3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12일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수도권 법원의 과태료 재판 전담판사들이 법 시행에 대비한 '과태료 재판 연구반'을 구성해 관련 재판 매뉴얼을 마련 중이다.

사건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는 10월 중순 전에 매뉴얼을 완성할 계획이다.

청탁금지법에 따른 과태료 재판은 기존 과태료 재판과는 양과 질에서 크게 다를 것이기 전망된다.

법원행정처가 '청탁금지법 TF'를 구성해 통일적인 법 해석을 위한 과태료 부과기준과 관련 지침을 마련 중이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사실관계나 법리관계를 둘러싼 다양한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신청사건 단독 판사들이 전담해온 기존 과태료 재판은 행정기관의 과태료 처분에 대한 이의소송과 증인 불출석·등기 지연 등을 사유로 법원이 직접 과태료를 부과하는 재판으로 나뉜다.

과태료 이의소송은 행정청의 과태료를 취소한 후 법원이 새로 과태료를 정하는 절차다.

행정기관이 참조한 서류나 증거 등을 토대로 액수만 다시 산정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 행정소송보다 훨씬 수월한 편이다.

법원이 직접 과태료를 부과하는 재판도 마찬가지로 업무 부담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법 적용 대상만 400만명이 넘기 때문에 사건이 급증할 전망이다.

어떤 행위가 법 위반인지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데다 과태료를 부과받으면 직장에서 인사상 불이익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당사자들은 과태료 처분에 일단 불복하고 재판을 통해 구제받겠다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위법행위를 부인할 경우에 조사도 쉽지 않다.

증거가 많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골치 아픈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대 3천만원에 달하는 과태료 액수를 무슨 기준으로 산정할 것인지도 과제다.

여기에다 과태료 취소 재판까지 해야 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단순히 사건 양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기존 과태료 재판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사건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9일 각급 법원 기획법관 38명을 상대로 '청탁금지법 쟁점 간담회'를 열었다.

기획법관들은 부정청탁의 유형과 신고 및 처리요령, 직무 관련성, 직무관련자와의 관계 등을 논의했다.

법원은 이달 안으로 기획법관들을 각 법원 청탁방지 담당관으로 지정해 내부 점검 업무를 맡긴다.

또 '청탁금지법 Q&A 자료'를 만들어 내부 교육용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법무부와 검찰도 비슷한 상황이다.

법 위반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법무부는 7월 청탁방지 담당관을 지정하고 지난달 말 내부통신망에 항목을 만들어 청탁금지법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5월부터 소속기관별로 청탁금지법 교육을 했으며 이달 중에도 청탁방지 담당관 전원과 직원 대상 교육을 한다.

또 법 적용 대상자인 각종 위원회 위원 등 법무부 소관기구에 위촉돼 '공무 수행'을 하는 민간인에게도 청탁금지법 안내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조만간 청탁금지법 운용에 관한 지침도 만들어 시행한다.

검찰도 이달 2일 청탁방지 담당관으로 지정될 부장검사들을 대상으로 관련 법령을 교육했다.

검찰은 또 청탁금지법 위반사건을 다룰 전담검사제 도입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로펌과 변호사들도 청탁금지법 소송 준비에 분주하다.

과태료 재판에 대리인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때아닌 '특수'가 예상돼서다.

적지 않은 수임료 시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로펌들은 고객을 대상으로 청탁금지법 관련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