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하루평균 3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2014년 기준 1만3836명으로 하루평균 37.9명에 달한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가 27.3명으로 13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다.

정부가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고 자살예방 정책을 펴고 있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 2011년 31.7명이던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12년 28.1명, 2013년 28.7명으로 소폭 떨어졌지만 여전히 OECD 평균(12명)을 두 배 이상 웃돌고 있다.
자고나면 비보…'자살공화국'의 서글픈 현실
8일에는 야구계의 ‘큰 별’이 졌다. 재치있는 입담과 과감한 예측해설로 한국 프로야구 현장과 시청자를 연결하던 야구해설가 하일성 씨(67)가 이날 서울 삼전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세계 자살예방의 날(9월10일)을 이틀 앞두고 날아든 비보(悲報)에 국민은 큰 충격에 빠졌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의 휴대폰에는 숨지기 전 아내에게 ‘사랑한다, 미안하다’ 등의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작성했다가 발송하지 않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경찰은 자살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고인은 지난해 사기 등의 혐의로 피소되고 빚을 갚지 못해 부동산이 법원 경매에 나오는 등 최근 경제적 어려움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에는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5일엔 20~40대 남녀 네 명이 경기 안산에서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자살은 원인이 복합적이라 예방이 쉽지만은 않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시달리던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많다. 경찰이 2014년 변사자 1만3658명의 자살 원인을 추적한 결과 28.7%(3916명)는 공황장애나 우울증, 조현병(정신분열병), 알코올중독 등을 앓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극단적 선택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정신질환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신질환을 유별나게 여겨 치료받기를 꺼리는 분위기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보건복지부의 지난 2월 조사에 따르면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살다가 한 번은 정신질환을 경험한다.

위기에 처한 이들의 마지막 발판을 무너뜨리는 건 경제적 빈곤이다.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지난해 자살자의 사망 당시 월평균 소득을 조사한 결과 50만원 미만이 45.5%로 가장 많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희망을 잃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경제적 상황이 자살의 심각한 원인”이라며 “정신과 치료는 물론 빈곤 등 삶의 다양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혜/박상용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