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6] 부모소득 따라 대학진학률 격차…'학력 세습' 심화…PSD인재 위한 '교육 사다리' 사라진다
열망과 노력만으로는 꿈을 펼칠 수 없는 세상. 자신을 ‘흙수저’라고 부르는 젊은 세대의 좌절감에는 이유가 있다. 교육이 더 이상 ‘희망의 사다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크다. 가난하지만 똑똑하고 부자의 꿈을 지닌 ‘PSD(poor, smart and desire to get rich) 인재’들은 점점 더 갈 곳이 없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올해 발표한 논문 ‘대학 진학에서의 계층 격차:가족소득의 역할’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고등학교 성적이 비슷해도 부모의 소득에 따라 대학진학률에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논문은 2004년 초등학교 4학년 학생 895명이 2014년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10년 동안을 추적했다. 성적 상위권 학생의 4년제 대학진학률을 비교해 보니 고소득층은 90.8%, 저소득층은 75.6%로 차이가 났다. 똑같이 공부를 잘해도 누군가는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잃었다는 의미다. 성적 하위권에서도 고소득층(42.0%)과 저소득층(25.0%)의 대학진학률 격차는 컸다.

논문은 우수한 저소득층 학생들이 여전히 교육비 부담을 겪고 있으며 이 점이 계층 격차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인재를 뽑기 위해 도입한 학생부종합전형이 아직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 등지에서는 학생부 항목을 점검해주는 컨설팅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 사교육과 부모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야 유리한 전형이라는 쓴소리가 많은 이유다.

그러다 보니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열심히 공부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흔들린 지 오래다. 경제 개발 당시 교육을 디딤돌 삼아 사업을 일구거나 전문가가 된 기성 세대에겐 더욱 쓰라린 현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올초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있다는 믿음 덕분에 한국은 역동성을 가지면서 갈등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부모의 학력이나 계층이 낮은 집단에서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나올 확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녀 4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자기 세대에서 계층 상승의 가능성이 작은 편이라는 응답은 2009년 45.6%에서 지난해 61.3%로 급등했다. 자식 세대가 되면 계층 상승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은 48.3%에서 30.1%로 떨어졌다.

제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불면서 창조적 인재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는 위험신호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국가나 기업의 성장기마다 원동력이 된 ‘PSD 인재’의 상실을 뜻하기 때문이다.

브라질 투자은행 가란치아 설립자인 호르헤 파울로 레만은 ‘인재야말로 최고의 투자 대상’이라며 집안 배경이나 학력에 안주하지 않는 PSD 인재를 뽑는 데 주력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를 탄생시키는 등 그의 거침없는 행보엔 열정적인 인재들이 함께했다.

이진영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 하위계층이 위로 이동하는 데 가장 중요한 수단은 여전히 교육”이라며 “부의 대물림을 일으키는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영재를 공교육이 끌어안지 못하고 사교육에 맡기는 현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평준화 정책의 그늘이다. 그는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교육 수요자인 학생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