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전통시장 활성화 근본대책 있어야"

"수십 년 시장 생활했는데 이번 추석 같은 대목은 처음이다."

추석을 1주일 앞두고 장날을 맞은 안동신시장 상인들은 "대목 경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입을 모았다.

안동시장은 안동시내 신시장과 구시장, 서부시장, 북문시장 등을 합쳐 부르는 것으로 경북 북부에서는 규모가 가장 크다.

예전과 달리 매일 장이 열리는 상설시장이지만 아직도 2·7일에는 5일장이 큰 규모로 선다.

7일 낮 찾은 안동신시장 상가에는 명절 대목을 노리고 상인들이 건어물, 생선, 과일 등을 가득 진열해 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그러나 제수를 사러 온 사람은 명절이 아닌 평소 장날보다 적다고 상인들은 말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손님이 아닌 맞은편 노점이나 가게 주인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날 오전 장이 선 직후 품질이 좋은 성수품을 사려는 사람이 몰려들었으나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썰물이 지듯 사라졌다고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대목 전 장날이면 안동 시내 주요 장터에는 오후 늦게까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붐볐다.

그나마 대로변 노점이나 시장 앞 버스정류장 주변에는 사람이 북적거려 오후에도 시장인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신시장 어물전 상인 김병창(72)씨는 진열대에 놓인 생선 위로 날아드는 파리를 쫓으며 연신 담배를 피우며 손님을 기다렸다.

진열대에는 안동 특산물로 통하는 간고등어, 갈치, 오징어 등 어물이 가득했다.

고등어 한 손 가격은 크기에 따라 3천원에서 2만5천원까지 다양하다.

일반 식사용으로 쓰는 소형 고등어는 싸게, 차례상 진설용 대형 고등어는 비싸게 팔았다.

그러나 가끔 어물전을 찾은 손님은 생선 가격만 물어본 뒤 구매는 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자리를 옮기는 손님 뒤에다 김씨는 "가격을 깎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님은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김씨는 "해마다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은 알지만 올해는 정말 대목 경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명절을 전후해 전통시장 주변에 주차 허용 등 일회성 정책보다는 시장을 살릴 수 있는 근본대책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북 북부지역 차례상에 빠지지 않는 문어를 파는 곳도 상황은 비슷했다.

남편과 함께 문어를 삶던 상인 심재순(46)씨는 "물건은 어느 정도 확보했는데 오늘은 아직 1㎏도 팔지 못했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문어 가격 상한선은 1㎏에 7만원이라고 생각해 심씨를 비롯한 상인은 7만원으로 정했다.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손님을 더 놓치지 않으려고 마진을 줄였다.

문어가격을 올리지 않았으나 올해 추석에는 유독 손님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추석이 다가오면 손님이 직접 찾지 않더라도 전화주문이나 문의가 이어졌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없다.

심씨는 "추석 전인 오는 12일 한 번 더 장이 서니 그때를 기약할 수밖에 없다"며 "전통시장에도 질 좋은 상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만큼 많은 사람이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사용품을 사러 온 김모(68·여)씨는 "품질은 예전만 못한 것 같은데 가격도 매우 비싸고 해서 선뜻 지갑을 열 수 없었다"며 "주말에 며느리 등과 상의한 뒤 다시 장을 보러 올 계획이다"고 말했다.

안동시는 오는 8일 산하 기관·민간단체 관계자, 공무원 등 300여명이 4개 전통시장에서 성수품을 사는 '2016 추석맞이 장보기 행사'를 연다.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lee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