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람도 주당 男 21잔, 女 14잔 넘기면 간질환 위험
심혈관계 보호 효과 있어도 억지로 권하면 안 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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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1급 발암물질이란 석면, 방사성 물질과 같이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의미다.

2010년 유럽 성인 36만 명의 음주 습관과 암 발생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암 환자 가운데 남성은 10명 중 1명, 여성은 30명 중 1명이 술로 인해 암에 걸린 것으로 분석됐다.

남성의 암 비율은 44%가 식도암·후두암·인두암, 33%가 간암, 17%가 대장암·직장암으로 각각 집계됐고, 여성은 이런 추세 속에 대장암보다 유방암 비율이 더 높았다.

술이 암을 유발하는 것은 주성분인 알코올이 인체가 섭취한 발암물질을 점막이나 인체 조직에 쉽게 침투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 간이 알코올 분해를 위해 만드는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암을 일으키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술과 암 발병률의 여러 상관관계는 이미 많은 실험으로 입증됐는데, 하루에 50g(대략 주종별 보통 잔으로 5잔) 정도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 견줘 암 발생 위험이 2~3배까지 증가한다.

음주는 간암을 일으키는 대표적 원인 중 하나다.

알코올을 많이 마시면 간에서 지방 합성이 촉진되고 에너지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방간 상태가 된다.

이런 지방간이 악화하면 간세포가 파괴되고 알코올성 간경변증,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알코올이 대장암과 유방암 발병에 관여하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방암의 경우 알코올이 암 발병 위험인자인 여성호르몬 농도를 증가시킨다.

통계적으로는 매일 맥주 한 잔을 마시면 유방암 발생률이 3~4% 정도 높아지는 만큼 약간의 술을 마시는 여성들도 세심한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

술을 마실 때 술과 직접 접촉하는 부위인 식도와 구강, 인후두는 더욱 위험한데 이들 암은 소량의 음주만으로도 발암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하루 한 잔 정도의 음주만으로도 식도암은 30%, 구강암과 인후두암은 17%가량 각각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3월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국민 암 예방수칙'을 통해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4년에 발표한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월 1회 이상의 월간 음주율이 2005년 54.6%에서 2013년 60.1%로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인다.

성별로는 남성이 72.6%에서 75.3%로 약간 올랐지만 여성은 36.9%에서 45.7%로 10% 포인트 가까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고위험 음주율에서도 남성은 매년 20% 내외로 비슷한 수치를 보였지만, 여성은 2005년 3.4%에서 2014년 6.6%로 대폭 늘었다.

고위험 음주는 1회 평균 7잔(여성 5잔) 이상의 술을 주 2회 이상 마시는 것을 의미한다.

월간 폭음률 또한 남성이 55.2%에서 53.2%로 감소했지만 여성은 17.2%에서 21.9%로 뛰었다.

월간 폭음률은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자가 7잔(또는 맥주 5캔) 이상, 여자가 5잔(또는 맥주 3캔) 이상의 술을 최근 1년 동안 월 1회 이상 마신 것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한해 3천명 이상이 음주 때문에 암이 발생하고, 1천명 이상이 음주에 의한 암으로 사망한다.

술의 나쁜 점은 그 외에도 많다.

2004년도 WHO 보고서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알코올은 전 세계 차 사고의 20%, 살인의 24%, 자해의 11%, 익사의 10%, 추락의 7%, 약물 중독의 18%, 간질 발작의 18%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불행을 초래한다.

물론 알코올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알코올의 유익성은 주로 순환기계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나타나는데 '제이 커브'(J-Curve) 효과가 대표적이다.

하루 2잔 정도를 마시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전혀 음주하지 않는 사람보다 약 20% 감소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처럼 사망률이 감소하는 주원인은 급성심근경색, 심부전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기 때문이다.

이 효과는 주로 고령의 남성에서, 식사와 함께 규칙적으로 소량의 음주를 하는 사람에서 두드러진다.

술의 종류에는 영향을 받지 않지만, 포도주 섭취 때 조금 더 효과가 좋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효과를 내는 메커니즘은 주로 콜레스테롤 대사와 혈관 응고 인자에 대한 알코올의 약리작용 때문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 범위 이상의 과도한 음주는 앞서 말한 여러 이유로 급격한 사망률 상승효과를 보인다.

전체적인 사망률은 마치 J자 모습을 보여 하루 2잔에서 제일 낮다.

이 같이 신체 각 부위에 미치는 알코올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하루 한 잔 혹은 두잔 정도(주당 7~14잔)의 알코올이 대부분의 건강한 성인에서 허용 가능한 양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의 알코올성 간 질환이 일주일에 35잔 이상을 마시는 사람에게서 발생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간 질환을 초래하지 않는 '안전한' 상한선은 남성은 주당 21잔, 여성은 14잔 정도가 되겠다.

하지만 여성에서는 더 작은 양으로 유방암 위험이 급격히 상승하고, 알코올성 간 질환이 더 심하고 더 빨리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만성 C형 간염 환자의 경우 알코올 섭취 때 간경변증이나 간암 발생이 촉진되는 만큼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임신 중인 여성도 금주는 필수 사항이다.

비록 심혈관계 보호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술을 억지로 권해서는 안 된다.

적은 양도 교통사고나 기타 사고의 위험, 여러 암 발생 위험을 심하게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 김윤준 교수는 1992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9~2000년 미국 하버드의대 연수, 2007~2008년 미국 텍사스의대 방문교수 등을 거쳐 현재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 교수의 전문 진료영역은 지방간, 만성 B형간염, 만성 C형간염, 간경변증, 간부전, 간이식 등의 간 질환으로, 간암 환자를 위한 전문 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간암과 만성 B형간염의 유전적 요인에 대한 연구는 물론 간염 및 간경변증에 대한 임상연구도 진행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윤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