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전파 우려에도 규제기요틴 과제라서 단속 어려워

정부가 C형간염과의 '전쟁'에 나섰지만, 감염 경로 중 하나인 문신 시술 단속을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현행법상 문신 시술은 불법이다.

시술 과정에서 C형간염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정한 법 집행을 하는 것이 맞지만, 문신 합법화가 정부 차원의 규제개혁 대상이라 본격적으로 단속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7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014년 정부가 발표한 '규제기요틴(단두대)' 추진 과제에는 문신 합법화가 들어 있다.

정부는 당시 경제단체들로부터 비효율적이거나 시장원리에 맞지 않은 제도를 제안받아 규제개혁 과제를 정했다.

현행 의료법상 문신 시술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한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무자격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긴다.

문신은 꽤 오래전부터 미용실이나 타투이스트들에 의해 널리 행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문제는 미용실에서의 미용 문신이 됐든, 서화문신이 됐든 지금처럼 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문신이 C형간염 같은 감염병 전파에 취약하다는 데 있다.

C형간염은 혈액이 매개되는 감염병이라서 문신에 사용되는 바늘 등이 제대로 소독되지 않을 경우 시술 과정에서 전파될 수 있다.

정부는 규제기요틴 발표 이후 서화문신 합법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서화문신 안전관리를 위한 기반연구' 보고서를 통해 '서화문신 안전관리 방안'을 제시했을 뿐, 제도 개선 논의는 규제기요틴 발표 2년이 다 돼가도록 잠잠하다.

NECA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화문신 시술자의 47.1%는 문신 시술 때 사용되는 바늘과 거즈 등을 의료용 폐기물이 아닌 일반 쓰레기로 처리하고 있었다.

처음 문신하기까지의 교육 기간은 시술자마다 차이가 컸는데, 인터넷 등을 통한 독학으로 하루 동안 2시간 연습한 이후에 첫 문신을 시술했다고 답한 경우도 있었다.

문신 시술자 중 7.8%는 출장 문신을 하거나 지인들을 상대로 집에서 시술하는 등 위생을 확보하기 어려운 곳에서 시술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지난 6일 발표한 'C형간염 예방·관리 대책'에서 "이·미용업소 영업자에 대한 문신, 피어싱 시술 등을 금지하는 위생 교육 및 단속 강화를 통해 감염 위험 행위를 방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문신 단속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음성적이긴 하지만 문신이 널리 행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속 강화에 대한 반발이 예상된다.

단속을 강화하다 보면 더 음지로 숨어들어 문신 시술이 위생적으로 더 열악한 상황에서 한층 더 은밀하게 행해질 수도 있다.

문신 합법화에 찬성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합법화해 시술에 사용되는 도구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문신이 엄연히 불법인 데다 C형간염 전파 통로가 될 수 있는 만큼 위생 교육을 통해 시술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며 "다만 규제개혁 논의는 엄격한 법 집행과 별도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