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용역 부른 학생 2명 소환 조사키로
구체적인 경위 확인되면 감금 혐의 입증에 영향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이화여대 본관 점거 사태 초기 농성 학생들이학내에 경비용역을 불러들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 학내 분규와 관련해 외부 용역직원들이 캠퍼스에 들어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농성과정에서 그동안 학교측의 경찰 투입 요청을 비난해온 학생들이 경비 용역들을 직접 부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농성 학생들의 교수와 교직원 감금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당시 본관 주변에 용역 남성 20명이 있었던 점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용역 중 일부를 조사했으며, 이들은 농성중이던 학생 2명이 이들을 불렀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화여대 본관 점거 시작과 함께 교수, 교직원 등 5명을 46시간 동안 나가지 못하게 한 혐의(감금)로 농성 학생들을 수사 중이다.

이대학생들의 농성 및 교직원 감금 행위가 시작된 것은 7월28일 부터이며, 주말인 30일 낮 1천600여명의 경찰병력이 교내에 투입됐다.

7월28일 오후 2시쯤 캠퍼스 안에 들어온 이들 용역은 현장에 교직원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파출소 직원 등 일부 경찰을 보고는 3∼4시간 정도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다 철수했다.

경찰은 용역이 학생들에 합세해 불법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동원된 구체적인 경위가 확인될 경우 감금 혐의 입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이들을 불러들인 학생 2명을 곧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또 용역 남성 20명에 대해서는 별도로 경비업법 위반이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경찰은 허가를 받은 경비용역회사 차원이 아닌 한 회사 직원이 사적으로 사람을 불러모아 현장에 간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이 용역 동원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농성 학생들도 이를 시인했다.

농성 학생들은 "시위자들은 20대의 여자들로 신변상의 안전이 걱정돼 자구책으로 고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호원을 20명 미만으로 부르면 경비업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업체의 안내를 받아 경호원 19명을 불렀으며 나머지 1명은 총괄팀장이다"고 말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농성을 시작한 학생들은 지난달 3일 최경희 총장이 계획 철회를 밝혔지만,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40일째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설립 계획 철회라는 애초 목적을 달성했는데도 농성을 이어가는 데 대해 대학 구성원들이 피로감을호소하는 가운데 학생들이 용역을 불러들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자신들을 경찰 '무력진압'의 피해자로 규정해온 이들이 실제로는 먼저 캠퍼스에 무허가 용역을 불러들인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감금 신고를 한 교수와 직원을 구하겠다는 목적만을 위해 7월 30일 본관에 들어갔는데도 농성 학생들은 '학교 측 요청으로 1천600여명의 경력이 우리를 무력으로 진압했다'는 취지로 보도자료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주장했다.

경찰은 감금 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이대 총학생회 최은혜 회장, 이해지 부회장, 사범대 허성실 공동대표 3명을 이달 2일 불러 조사했으나 이들은 인적사항만 확인한 채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 3명이 용역을 부르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수사할 부분이 몇 개 남아있으나 곧 끝날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