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감염 후 국내 유입 올해 첫 환자 추정…보건당국, 설사 환자 감시 강화

올해 들어 4번째 국내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다.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뒤 한국의 초밥집에서 식사를 한 40대 부산 남성으로, 보건당국은 올해 발생한 다른 환자들처럼 국내에서 감염됐는지 아니면 해외에서 감염된 뒤 한국에서 증상이 나타난 것인지 조사 중이다.

질병관리본부와 부산시는 부산에 사는 A씨(47)가 설사 증세를 보여 가검물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 콜레라에 걸린 것으로 판명됐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부산에 사는 지인 2명과 함께 필리핀 여행을 다녀왔다.

귀국 다음 날인 29일 오후 6시께 부산 사하구 소재 한 초밥집에서 저녁을 했으며 식사 2시간 후인 오후 8시께 설사 증상이 발생했다.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병원 응급실을 거쳐 외래 치료를 받았고 현재 증상은 호전된 상태다.

30일 신고를 받은 보건당국은 부산 보건환경연구원에서 A씨의 가검물을 채취해 조사했고, 그 결과 3일 오전 콜레라에 걸린 것으로 최종 판정했다.

현재 A씨는 부산시내 한 병원에서 격리 치료 중이다.

보건당국은 A씨의 감염 장소에 대해 국내와 해외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조사 중이다.

다만 정황상 A씨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콜레라의 잠복기는 통상 2~3일이지만, A씨가 국내 초밥집에서 식사한 시점과 설사 증상이 생긴 시점 사이의 간격은 불과 2시간이다.

국내에서 콜레라에 걸린 사례는 올해 15년 만에 처음 나왔지만, 해외에서 감염된 뒤 국내에 들어온 환자는 꾸준히 발생했었다.

해외 유입 콜레라 환자는 2004년 10명, 2005년 16명, 2006년 5명, 2007년 6명, 2008년 5명, 2010년 8명, 2011년과 2013년 3명씩 발생했었고, 2014~2015년에는 1명도 나오지 않았었다.

만약 A씨가 필리핀에서 감염됐다면 올해 첫 해외 유입 콜레라 환자가 된다.

보건당국은 A씨와 함께 식사한 부인과 가족을 비롯해 A씨와 해외여행을 다녀온 지인 등을 대상으로 감염 여부 등을 조사했으나 아직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A씨가 식사를 한 초밥집의 환경검체에서 콜레라균은 발견되지 않았고 식당 종사자 역시 콜레라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A씨의 콜레라균은 혈청학적으로 '01'이며 독소유전자는 검출되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올해 발생한 다른 3가지 사례와 동일한 유전형인지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지문분석(PFGE)을 진행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A씨가 한국에서 다른 식당을 방문했는지, 어떤 음식을 섭취했는지 파악 중"이라며 "의료기관의 협조를 얻어 부산지역에서의 설사 환자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콜레라 예방을 위해 ▲ 30초 이상 올바른 손 씻기 ▲ 물을 끓여 먹기 ▲ 음식 익혀 먹기 등의 수칙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하루 수차례 수양성(묽은) 설사를 하는 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의료기관에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의료기관은 수양성 설사 환자가 오면 콜레라 검사를 하고 감염이 의심되면 바로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음식점에서는 개인위생 관리를 준수해야 하며 날생선을 다루는 곳이라면 도마와 칼 등 조리도구와 수족관 청결도 유지해야 한다.

(서울·부산연합뉴스) 김상현 박창수 김병규 기자 joseph@yna.co.kr,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