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영달 위해 달린 친일 마라토너"…"큰 그림 그린 역사적 인물"

독립운동을 한 스포츠 영웅인가? 친일파인가?

2일 충북 충주문화원에서는 한국인 최초 올림픽 출전자인 충주 출신 고(故) 권태하(1906∼1971)의 친일 논란을 두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했던 권태하는 손기정, 남승룡 등과 함께 '조선마라손보급회'를 조직하고, 대한육상경기연맹 9대 회장을 지내는 등 마라톤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의열단 소속 독립운동가 류자명(1904∼1985)의 손자인 류인국 씨는 '권태하 친일행위 진상규명 충주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권태하는 독립운동을 한 스포츠 영웅이 아니라 개인영달을 위해 친일 행각을 서슴지 않은 매국노"라고 주장했다.

류 씨는 "권태하는 상서로운 평원 만주라는 뜻의 '복천만'(福川滿)이란 이름으로 창씨개명을 하고 중국 침략을 위한 일본의 첨병 노릇을 남만주철도주식회사에 근무했다"고 비판했다.

또 "권태하는 위안부를 비롯한 인력 강제 동원과 군수 물자 조달을 맡은 대동아성병본부(大東亞省竝本部)에도 몸담았는가 하면 일본 육사 출신 조선인 모임인 '계림회'도 결성했다"고 말했다.

류 씨는 "권태하의 삶을 보면 마라톤도 자신의 명예와 출세, 자기 과시를 위해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권태하의 삶을 발굴, 소개해 온 김희찬 '아이들의 하늘' 간사는 류 씨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씨는 "남만주철도주식회사는 1933년 전체 종업원의 30%인 700명을 조선으로 채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며 "남만주철도회사에 특채돼 온갖 호사를 누렸다면 자식도 돌보지 못하는 경제적 무능력자로 삶을 마감한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일본 대동아성병본부 근무 경력에 대해서는 "창씨개명과 대동아성병본부 근무 사실만으로 적극적인 친일 행위를 했다고 볼 순 없으며, 실제 어떤 일을 했는지는 별개 문제"라고 반박했다.

계림회 주도설에 관해서도 "계림회는 권태하가 아니라 영친왕(의민태자)이 주도해 만든 것이며, 상해계림회 등 독립운동가 색출에 앞장섰던 중국 내 여러 계림회와 전혀 다른 단체"라고 맞받았다.

김 씨는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든 큰 그림을 그리고 행동한 역사적 인물을 명확한 근거 자료 없이 폄훼하는 것은 부관참시보다 더한 행위"라며 "친일파인지 민족주의자인지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지만 매국노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충주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