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경택(고려대 경제학과 3년), 이솔아(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3년) 씨, 박수진 NH농협은행 서울교육청지점 계장, 김미지 신한은행 일원역지점 행원, 권영민 우리은행 인사팀 과장.
왼쪽부터 김경택(고려대 경제학과 3년), 이솔아(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3년) 씨, 박수진 NH농협은행 서울교육청지점 계장, 김미지 신한은행 일원역지점 행원, 권영민 우리은행 인사팀 과장.
“스펙보다는 은행원으로서 적성이 맞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지난달 25일 한경 잡콘서트에서 만난 신입 은행원들은 한목소리로 구직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채용담당자, 신입 행원, 그리고 취업준비생이 한자리에 모여 ‘은행 취업’에 대한 난상 토크를 펼쳤다. 구직자는 은행 취업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고, 신입행원들은 꿈꾸던 은행원 배지를 올초 달았다. 이 자리에는 권영민 우리은행 인사팀 과장, 김미지 신한은행 일원역지점 신입행원, 박수진 NH농협은행 서울교육청지점 계장, 취업준비생 김경택(고려대 경제학과 3년), 이솔아(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3년) 씨가 함께했다. ‘은행’이란 공통 화두로 나눈 대화는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

자소서엔 구체적인 경험 표현해야

경제학을 전공한 박수진 계장은 금융 관련 대외활동을 하면서 은행 취업을 꿈꿨다. 박 계장은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성향이 은행과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해보니 그런 성향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 계장은 취업을 준비하며 펀드투자, 증권투자, 파생상품투자상담사 등 금융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취업의 절대 조건이 아니라고 말했다. 박 계장은 “입행해서 보니 자격증이 없는 동기들이 더 많았다. 서류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를 통해 충분히 은행에 맞는 인재라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고 했다.

김미지 행원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을 거쳐 올해 2월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김 행원은 “결혼, 주택 마련 등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 찾는 곳이 은행이다. 그런 순간 고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업무를 하는 것이 은행업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김 행원은 자기소개서에 은행이 원하는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구체적인 경험을 사례로 들었다. “‘선물세트 아르바이트를 하며 상품을 판매했다. 그 경험이 고객을 대하는 능력이 될 수 있다’고 작성했다. ‘나는 창의적인 사람이다’는 식의 추상적인 표현보다 경험을 통해 그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영업마인드 지닌 현장 인재 원해

은행이 신입 행원을 뽑는 기준은 뭘까. 권영민 과장은 영업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했다. 권 과장은 “은행은 영업조직이 80%에 이른다. 신입 행원이 되면 모두 영업점에 배치돼 고객을 만나는 업무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담당자가 자기소개서를 통해 알고 싶은 것은 지원자가 해당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우리 회사에 입사했을 때 잘 적응할 수 있는지다. 문단을 나누고, 두괄식으로 작성하는 등 가독성 있게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2014년부터 입사지원서에 학점, 어학 성적란을 삭제해 ‘탈스펙’ 전형을 도입했다. 은행 취업의 변화에 구직자들은 어떨까. 탈스펙 전형이 또 다른 스펙을 쌓게 만드는 ‘풍선효과’를 낳았다. 김경택 씨는 “다른 지원자와 차별점이 있으려면 뛰어난 뭔가가 있어야 할 것 같아 인턴, 대외활동, 서포터즈 등의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솔아 씨도 은행 취업을 앞두고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스펙이라고 털어놨다. 이씨는 “‘탈스펙’이라는 용어를 강조하지만, 그 의미가 기본 스펙이 갖춰져 있기에 사용하는 용어인 것 같다. 은행은 학점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느 정도가 평균 학점인가”라고 물었다.

취업준비생의 고민에 권 과장은 “학점으로 인한 차이는 크게 나봤자 1점이다. 대외활동, 봉사활동 등의 경험은 지원자의 적극성과 열정을 높이 사 서류상 가점의 요인은 맞다”고 답했다. 김 행원은 “신한은행은 서류전형에 어학 점수, 자격증 기재란이 없다. 서류 전형에서는 오로지 자기소개서로 경쟁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서류과정을 거치면 곧바로 면접 전형을 치른다. 은행면접은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되며 1차 면접에서는 실무자가, 2차 면접에서는 임원이 참여한다. 박 계장은 면접 핵심 키워드로 소통을 꼽았다. 박 계장은 “외운 듯한 딱딱한 답변보다 대화하듯이 면접관과 쌍방향 소통을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권 과장은 “금융권에 관한 관심과 사회현안에 대한 지원자의 생각을 묻는 경우가 많다. 평소 사회현안 및 경제 상황에 관심을 두고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진호 한경매거진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