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깜빡했다"…'국기 게양' 조례 있으나 마나

106년전 한일병합조약이 강제로 체결돼 나라 잃은 날로 기록된 '경술국치일'인 29일 경기도 내 상당수 학교가 조기 게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국기 게양' 조례를 제정해 경술국치일인 '8월 29일'을 모든 공공기관에 조기를 달아 나라 잃은 아픔을 잊지 않도록 했으나 정작 학생들의 역사교육을 맡은 학교들이 책무를 다하지 않는 꼴이다.

이날 오후 연합뉴스가 경기도 수원과 용인지역 초·중·고등학교 10곳을 무작위로 방문해 국기게양대를 확인한 결과 단 3개 학교만이 조기를 게양했다.

나머지 7개 학교는 평소처럼 태극기를 달았다.

도교육청이 이달 9일 산하기관과 모든 학교에 안내한 '경술국치일 조기게양' 추진계획 공문을 보면 모든 학교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태극기를 깃봉에서 깃면의 세로길이만큼 내려서 게양하는 '조기'를 달아야 한다.

도교육청은 공문에 그 근거로 '경기도 국기 게양일 지정 등에 관한 조례'를 들고 있으며 '나라 잃은 슬픈 날을 되새기고 애국정신을 고양하기 위함'이라는 취지도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상당수 학교는 '경술국치일 조기게양'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수원의 A초등학교는 "전달이 잘 안 된 것 같다.

지금이라도 조기를 달겠다"고 해명했다.

용인의 B초등학교 교무부장은 "분명히 메모해두고 있었는데 공문을 받은 지 오래돼 깜빡했다"고 설명했다.

학교마다 국기게양대를 관리하는 주체가 제각각이다 보니 조기게양에 착오가 생기기도 했다.

이날 조기를 달지 않은 한 초등학교 행정실 직원은 "우리 학교는 BTL학교(임대형 민자사업)이다보니 국기게양대를 비롯해 일부 학교 시설물 관리를 건설업체 소장이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조례가 제정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학교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조기게양 안내 공문도 방학 중에 나가 제대로 안내되지 않은 것 같으니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young8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