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관련 없이 단1원 금품향응 금지…구내식당 북적

"꽃 배달해도 안 받습니다."(공무원)
"고객으로부터 꽃배달 주문받아 제작까지 했는데 안 받으면 어쩌란 말입니까."(꽃집 주인)

29일 오전 11시 부산 기장군 모 부서에서 근무하는 A씨는 꽃집 주인과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꽃배달을 정중히 거절했다.

A씨는 꽃배달을 의뢰한 곳에 전화를 걸어 "오늘은 내 생일도 아니고… 앞으로 기장군 공무원들은 직무와 관련 없이 단 1원의 금품도 받지 않는다"며 거절 이유를 설명했다.

기장군이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보다 더 엄격하고 강화된 공무원 행동강령을 마련해 29일 시행에 들어갔다.

각종 선물이 오고 가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미리 시행해 청렴한 기장군을 만들겠다는 것이 조기 시행 취지다.

기장군은 직무관련자와 외부에서 사적 만남을 금지했다.

다만 직무관련자와 외부에서 만나야 하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는 사전 또는 군수 또는 행동강령책임관에게 신고하도록 했다.

직무와 관계없이 누구라도 1원이라도 금품을 받거나 향응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공직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3만원 이하의 간소한 식사 등 편의와 5만원 이하 꽃·기념품,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하는 기념품 등을 예외로 했다.

행동강령을 위반하면 자체 성과금 지급 배제, 보직 박탈, 최고수준의 징계 요구 등 강화된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강화된 공무원 행동강령 첫날 점심시간을 맞아 기장군청 구내식당은 공무원으로 북적거렸다.

낮 12시 부서 직원들과 삼삼오오 외부식사를 하는 공무원들도 눈에 띄었지만, 청사에서 식사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약 200석 마련된 구내식당에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구내식당을 찾은 한 여직원은 "강화된 공무원 행동강령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자주 먹었다"며 "행정직공무원들은 별로 영향이 없는 것 같고 민원인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은 직원은 조심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기장군은 31일 전 직원과 유관 단체장들을 상대로 김영란법의 취지와 주요 내용, 위반 사례를 중심으로 청렴 교육을 한다.

9월에는 기장군에 있는 이장과 주민자치위원, 주민에게도 법률의 취지와 내용을 홍보하기로 했다.

오규석 기장군 군수는 "싱가포르를 오늘날 세계 최고 도시로 만든 리콴유가 초지일관 강조한 게 공무원의 청렴이었다"며 "기장군과 부산의 성장 동력은 바로 공무원의 청렴에 있다고 생각하고 김영란법보다 더 엄격한 내부규정을 만들어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c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