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열린 서울대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는 김인권 애양병원 명예원장. / 서울대 제공
29일 열린 서울대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는 김인권 애양병원 명예원장. / 서울대 제공
[ 김봉구 기자 ] “너무 좋은 직장을 찾지 마십시오. 또 직장에 들어간다면 무조건 열심히 일하세요.”

29일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후기 학위수여식 축사를 맡은 김인권 애양병원 명예원장(사진)이 사회로 나가는 후배들에게 던진 조언이다. 그는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후 전남 여수 애양병원에서 한센병 환자와 소아마비 장애인들에게 인술을 베풀며 평생을 보냈다.

김 원장은 ‘좋은 직장’을 피하라는 이유로 “누구나 생각하는 좋은 직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상하 수직관계가 확실히 정해져 있어 존재감을 나타내기 무척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조금의 실수도 포용하지 않고 서로 상대방의 단점을 부각하는 곳에선 무사히 살아남기 어려우며 살아남는다 해도 감성이 아주 무뎌질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어떤 직장에 들어간다면 무조건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일하기 바란다. 일을 얼마나 세련되게 잘하는가보다 우직하게 열심히 일하는가가 중요하다”며 “주위의 짐을 들어주고 그 말을 경청하는 여러분으로 인해 주위가 즐거워지고 활력이 넘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여러분이 사회나 조직에서 언제나 인정받고 잘 나가기보다는 때로 일이 안 풀리고 실망하고 좌절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여러분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서 찾을 수 없는 유일하고 세상에 꼭 필요한 능력을 갖고 있으니 자긍심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직장을 선택하거나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여러 사람의 조언을 듣되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결정하라고도 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어 “그래야 결정에 후회가 없고, 설령 후회된다 해도 원망하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김 원장은 “직장과 아무런 지연·혈연·학연도 없었지만 일이 마음에 들고 보람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큰 동요 없이 34년간 봉직한 가장 큰 힘은 나 자신이 선택했으며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성낙인 총장은 졸업생들에게 “여러분들이 사회로부터 각별한 기대와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겸손한 자세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포용해야 할 것”이라며 “이 시대가 요구하는 훌륭한 인재는 밝은 영혼과 따뜻한 가슴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열린 서울대 70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선 학사 851명, 석사 1000명, 박사 577명 등 모두 2428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서정화 총동창회장의 축사와 학교 입학 후 4년 내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친 최교윤씨(산업공학과)의 졸업생 대표연설이 이어졌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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