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서 선배님은 제 인생의 멘토이자 제가 가장 닮고싶고, 흉내내고 싶어했던 분입니다."

코미디언 이용식(64)은 27일 별세한 선배 구봉서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애통해했다.

이용식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구봉서 선배님과 같은 교회를 다닌다. 교회에서 매주 뵈었는데 열흘전쯤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신 후 교회에 나오지 못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선생님은 늘 농담으로 웃음을 주셨다. 마지막을 뵌 게 20일 전쯤인데 그때도 변함없이 농담으로 나를 맞아주셨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시면서도 항상 웃음으로 사람들을 대하시고 농담을 하셨습니다.

저를 보면 늘 제 불룩한 배를 가리키며 '너는 언제 애를 낳냐? 산달이 언제냐?'고 물으셨어요.

또 '애 낳으면 연락해라'라고도 하셨고요. 그런가하면 제 건강을 염려해 '일찍 떠나고 싶으냐. 배가 이게 뭐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습니다. 20일 전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도 변함없이 저를 웃겨 주셨습니다."

이용식과 구봉서의 인연은 각별하다.

1975년 MBC 코미디언 공채 1기 시험에서 이용식은 응시자로, 구봉서는 심사위원장으로 첫 대면을 했다.

"제가 그때 첫 공채 코미디언으로 뽑혔어요. 제 위의 선배들은 전부 악극단 출신으로 극장쇼, 야간업소에서 일하시던 분이었다.

그런 분들을 모아서 '웃으면 복이 와요'를 만들었는데 코미디언 명맥이 끊기니까 MBC에서 최초로 코미디언 1기생을 모집했는데 그때 응시생과 심사위원장으로 선배님과 만났습니다.

구봉서 선배님이 심사위원장이셨고, 송해, 배삼룡, 이기동, 이대성, 남철, 남성남 등 대선배들이 심사위원을 맡아 나란히 앉아 계셨습니다.

구봉서 선배님은 저를 뽑아주신 분입니다.

제 인생을 바꿔주신 분이죠. 그때 제가 시험에서 떨어졌으면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겠죠."
이용식은 "그때부터 41년간 구봉서 선배님은 제 인생의 스승이자, 코미디의 멘토셨다.

내가 그분의 그늘에서 살았다고 보면 된다"며 "한없이 존경했고, 가장 흉내내고 싶었던 분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스승'에 대해 "스랩스틱 코미디의 대부이고 즉흥연기, 애드리브에서는 동료 코미디언 선배들도 모두 배꼽을 잡게 하는 분이셨다"고 전했다.

"구봉서 선배님 때문에 웃다가 NG나는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가장 콤비가 잘맞는 분은 '후라이보이' 곽규석 선배였죠. 그분하고는 사전에 연습도 없이 무대에 올라갔고 그냥 서로 상대의 눈만 보고 코미디를 했습니다.

정말 최고의 콤비였죠. '비실이' 배삼룡 선배와도 명콤비였고요."

구봉서는 늘 웃음을 연구하고 웃음을 주는 선배였지만, 하늘같이 어려운 선배이기도 했다.

"너무 대단한 분이라 후배들이 굉장히 어려우했어요. 선배님이 코미디언실에 앉아계시면 어려워서 들어가지 못했죠. 너무 높은 분과는 대화를 잘 못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 선배님이 안 어려웠어요. 절 뽑아주신 분이기도 하고 절 예뻐해주셨어요.그러다보니 제가 선배님의 심부름을 가장 많이 했습니다."

이용식이 한 심부름 중에는 '봉서식 라면 끓여오기'가 있었다.

구봉서는 건강을 생각해 라면을 끓일 때 스프를 반봉지만 넣고 면은 한번 끓인 후 물을 버리고 다시 끓였다.

"선배님이 '용식아 라면 하나 부탁한다'고 하면 전 방송국 앞으로 뛰어나가 '봉서식 라면'을 끓여왔습니다.

그당시에는 '이대성식 라면'도 있었어요. 그 라면은 면을 한개 반을 넣고 고춧가루를 넣어야했죠.(웃음) 그런식으로 라면 열개를 주문받아서 들고 오다가 방송국 앞에서 넘어져서 엎질러진 라면을 주워담느라 소동을 벌이기도 했죠."

이용식은 "구봉서 선배님에게 인생을 빚졌다. 너무 고마우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