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이석수' 고심하던 검찰…특수팀 만들어 동시 수사
대검찰청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에게 제기된 의혹을 수사하기로 했다. 어떤 결과를 내놓든 공정성 시비를 비껴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김수남 검찰총장이 장고 끝에 정면돌파 카드를 꺼낸 것이다.

대검은 23일 “김 총장이 문제의 진상을 신속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수사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대검은 당초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나 형사1부에 사건을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수사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 확보와 철저한 의혹 규명을 위해 별도 수사팀을 꾸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특별수사팀은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을 동시에 수사하게 됐다. 윤 고검장은 대검 반부패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3차장을 지내는 등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힌다. 우 수석과 사법연수원 19기 동기다.
윤갑근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52·사법연수원 19기)이 23일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된 뒤 휴대폰 통화를 하면서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갑근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52·사법연수원 19기)이 23일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된 뒤 휴대폰 통화를 하면서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 고검장은 임명 직후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수사팀 수사 보고 과정상 우려와 관련해 “수사 보고 절차에서도 오해가 없도록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법을 취할 것이다.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밝혔다. 대구에 있는 윤 고검장은 이날 밤 상경해 24일부터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출근할 예정이다.

앞서 이 감찰관은 우 수석 아들의 의경 ‘꽃보직’ 배치 등 보임을 둘러싼 특혜 의혹(직권남용)과 가족회사 ‘정강’의 회삿돈 유용 의혹(횡령 및 배임)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 감찰관 역시 특정 언론사에 이 같은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이 감찰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과 사정당국에 따르면 이 감찰관은 지난달 21일 김 총장에게 박 전 이사장과 그의 지인 A씨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에서 수사하고 있다.

현행 특별감찰관법은 감찰 대상자를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별감찰관의 고발은 감찰 결과 범죄 행위가 명백해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이뤄진다. 박 전 이사장은 피해자로부터 1억원의 돈을 빌린 뒤 일부를 상환하지 못해 ‘차용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선/박한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