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일감 몰아주기 규제 세법, 위헌 소지 없고 합리성 인정"

강덕수(66) 전 STX 회장이 그룹 계열사 사이에 '일감 몰아주기'를 이유로 20억원대 증여세를 내라고 한 과세 당국의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호제훈 부장판사)는 강 전 회장이 "증여세 26억8천여만원 결정을 취소하라"며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STX 대주주로서 그룹 경영권을 행사하던 강 전 회장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에 따라 2013년 11월 증여세 결정을 받자 지난해 1월 소송을 냈다.

상증세법 제45조의3은 기업집단 계열사 사이 내부거래를 통한 편법 증여(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기 위해 2011년 신설됐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 대기업 계열사가 내부거래로 얻은 매출액 비중이 30%를 넘으면 그 법인의 지배주주 또는 친족이 금전을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돼 증여세를 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강 전 회장은 재판에서 "(법이) 지배주주가 실제 얻은 이익이 아닌 미실현 이익을 기초로 증여세를 매긴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아울러 "이익이 실현돼 지배주주가 배당을 받으면 소득세와 증여세가 이중 과세된다"라고도 지적했다.

또 "지주회사 STX의 자회사들 사이 거래 때문에 이익이 오가더라도 두 회사의 지분을 모두 가진 STX 입장에서는 손해와 이익이 서로 귀속된다"며 "결국 STX 주주는 아무 이익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배주주 등이 간접적으로 얻은 이익을 산정하기는 매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법인이 얻은 이익을 기초로 세금을 징수하는 방법은 편리성과 합리성이 인정된다"며 위헌제청 신청을 기각하고 강 전 회장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배주주는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법인이 얻은 이익을 배당하거나 내부에 유보하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며 "(상증세법이) 입법 재량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