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 "죄질에 비해 처벌 약해"…법조계 "사체은닉죄만으로는 중형"

친모의 가혹행위로 숨진 네 살배기 의붓딸을 암매장한 계부에게 징역 2년이 선고한 법원의 판결을 놓고 누리꾼들 사이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살인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체은닉죄로만은 처벌받은 것을 고려하면 엄벌에 속한다는 상반된 반응이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 남해광 부장판사는 16일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안모(38)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안씨는 2011년 12월 25일 오전 2시께 부인 한모(36)씨와 함께 숨진 의붓딸 안양(사망 당시 4살)의 시신을 진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안씨는 부인과 안양, 자신의 친딸(4)에게 정서적 학대를 가하고, 폭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안양은 암매장되기 나흘 전 친모인 한씨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며 물을 받아 놓은 욕조에 머리를 3∼4차례 집어넣어 숨진 뒤 집 베란다에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사실은 지난 3월 17일 3년째 미취학 아동이 있다는 학교 측의 연락을 받은 동주민센터 직원이 안씨의 변명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안씨는 숨진 딸을 5년 전 암매장하고도 '외가에 있다', '고아원에 있다'는 거짓말을 늘어놓다가 경찰의 거듭된 추궁에 암매장 사실을 자백했다.

친모 한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3월 18일 오후 9시 50분께 자신의 집에서 "아이가 잘못된 것은 모두 내 책임"이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 부장판사는 "피고인에게 자녀가 사망에 이르게 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아내의 자녀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관한 것은 잘못"이라며 "특히 숨진 자녀를 암매장해 진실을 은폐하려 한 죄는 매우 중하다"고 지적했다.

학대 혐의에 대해서도 남 부장판사는 "어린 자녀에 대한 학대 행위는 이들이 장차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신뢰나 인격을 형성하는 데 상당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 범죄"라고 강조했다.

남 부장판사는 다만 "피고인 입장에서 보면 만삭의 아내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이전에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안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형법상 사체, 유골 등을 손괴, 유기, 은닉한 자에게는 7년 이하의 징역형이 내려진다.

안씨에게 학대 혐의도 있지만 사체은닉죄만 놓고 본다면 법정 최고 형량을 구형한 셈이다.

반면 재판부는 여러 양형 요인을 종합해 안씨의 적정 형량을 징역 2년으로 정해 검찰과는 상당한 시각차를 보였다.

누리꾼들은 재판부가 지나치게 가벼운 형벌을 내린 것 아니냐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법적 형량을 떠나 국민 정서와는 지나치게 동떨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네이버 아이디 'j530****'는 "사회 전반에 경종을 울리진 못할망정 솜방망이 처벌로 생명 경시 풍조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디 'audc****'는 "아이를 몰래 파묻고 5년간이나 거짓말로 일관했는데 이제 와 반성한다고 징역 2년을 내리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그간의 판례를 볼 때 사체은닉죄만으로는 재판부가 중형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체은닉죄의 법정 최고 형량이 7년이지만 살해 등 다른 혐의와 함께 기소된 경우가 아니라면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사건의 주범은 자살한 친모이고, 계부는 의붓딸 살해와는 직접적 연관 없이 사체은닉 혐의만 적용됐다"며 "통상 사체은닉죄만으로는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재판부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라는 점에서 학대 혐의까지 중하게 봐 실형을 선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검찰은 법원 판결과 관련,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jeonch@yna.co.kr